불안정한 단일화 再합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민주당 노무현 후보와 국민통합21 정몽준 후보의 후보단일화는 정말 이뤄질까. 양측간 단일화 방법 협상이 곡절 끝에 '일단' 타결됐다. 盧·鄭 두 사람이 소주잔으로 '러브샷'까지 하며 단일화를 확인한 지 꼭 1주일 만이다. 양측은 盧·鄭 합의에 뒤이은 협상단의 합의사항 유출 시비로 상호 비난전을 전개하는 등 무산 위기를 겪기도 했으나 단일화 이외엔 승산이 없다는 현실 인식을 바탕으로 합의를 도출해냈다.

그러나 단일화는 아직도 불안정하다. 최종 단일화까지는 많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어제 이뤄진 합의가 단일화 파기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는 게 가장 큰 이유다. 공식 발표되지는 않았으나 여론조사 때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가 상대하기 유리한 후보를 선택하는 사태, 이른바 '역(逆)선택'을 방지하기 위해 '조사 결과 李후보 지지율이 지난 2주간 평균을 밑돌면 무효'라는 합의를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게 사실이라면 두 후보 모두 합의사항 승복(承服)을 말하지만 '내가 후보가 되는' 단일화를 생각하는 상황에서 단일화 합의는 매우 취약한 상태에 머물지 않을 수 없다.

지난 1주일간의 혼란을 낳게 한 '합의사항 유출시 무효'조항이 여전한 것도 마찬가지다. 두 가지 다 일방이 의도하면 언제든 생길 수 있는 일이고 따라서 단일화는 깨질 소지를 안고 있는 것이다. 물론 盧·鄭후보 모두 단독으로는 대선 승리가 어렵다고 보기 때문에 종국에는 단일화할 것이라는 주장도 적잖다.

단일화의 명분과 방법으로 택한 여론조사의 타당성 등 문제점이 어떻든 양당 합의대로라면 이제 결정은 유권자의 몫이다. 그렇다면 '역선택'운운하며 일부 유권자가 여론조작에 나서는 듯한 표현은 삼가는 게 마땅하다. 자칫 유권자를 업신여기는 발언으로 들리기 쉽다. 단일화 의지가 분명하다면 조속히 결론을 내려 유권자를 더 이상 헷갈리게 하지 말 것을 당부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