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사랑 만들 서울 데이트 명소들-"이렇게 좋은 곳을 어떻게 알았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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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숨겨진 보석 같은 '육사코스'

육군사관학교-푸른동산(사격장)-태릉스케이트장으로 이어지는 서울 동북부 코스를 추천합니다. 서울에 오랫동안 살아온 분들도 잘 안와본 곳입니다. 하지만 이곳이 얼마나 멋진 데이트 코스인지는 '선수'들만 알고 있습니다.

지하철 6호선을 타고 화랑대역에서 내려 시내버스 45번, 45-2번을 갈아타면 육사 정문에 도착합니다. 두 정거장 거리밖에 되지 않으니 걸어도 됩니다. 일반인들은 육사 안으로 들어갈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주말마다 개방하고 단체로 가면 가이드의 안내도 받을 수 있습니다. 토요일 오전 11시30분에는 늠름한 생도들의 행진 모습도 구경할 수 있지요.

육사박물관에는 고대부터 삼국·고려·조선시대까지의 갑옷과 깃발 등이 전시돼 있습니다. 탱크와 전투기가 전시돼 있는 야외 전시장에서 남자 친구의 군대 허풍을 들어주는 것도 좋겠지요.

육사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푸른동산이 있습니다. 걷는 길은 인적이 뜸해 호젓하게 산책을 즐길 수 있고 눈이 오면 아무도 밟지 않은 눈밭에 발자국을 낼 수도 있지요. 이곳엔 국제 사격장이 있어 직접 총을 쏴볼 수도 있습니다. 실탄 10발에 1만5천원의 가격이 다소 부담이 될 수 있겠지만 둘만이 즐길 수 있는 특별한 추억이 될 겁니다.

다음 코스는 세계에서 여덟번째로 지어진 실내 아이스링크인 태릉 국제스케이트장입니다. 국가대표 선수들 연습시간이나 국제대회 기간을 피하면 일반인들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쾌적한 실내에 닿기만 해도 저절로 미끄러지는 최상의 빙질. 서로를 부축하다 보면 어느새 가까워진 그와 나를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이렇게 하루종일 돌아다녔으니 이젠 먹거리를 찾아갑니다. 태릉 숯불갈비는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습니다. 스케이트장 앞에서 버스를 타고 지하철 6호선 태릉입구에 내리면 즐비하게 늘어선 갈비집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숯불갈비와 함께하는 근사한 저녁식사로 하루 데이트의 피날레를 장식하세요.

#70년대 낭만에 젖어

포장마차에서 떡볶이로 군것질을 하고 가위소리를 따라 엿장수를 쫓아다니던 동심이 그리운 분들은 황학동∼신당동∼장충단공원으로 이어지는 코스를 가볼만합니다.

우선 중구 청계천 7,8가의 황학동 벼룩시장을 둘러봅니다. 연인의 눈이 휘둥그레질 신기한 골동품과 옛 물건들이 많이 있지요. 세월의 때가 묻은 놋요강, 엿장수 가위, 군용 망원경, 옛 음반 등 정말로 없는 것이 없습니다. 내년이면 철거될 청계고가도로와 주변의 낡은 건물들이 70년대 서민적인 도시 분위기를 물씬 풍기지요. 쇼핑을 즐기다가 출출해 길가 포장마차를 찾으면 싱싱한 해산물이 기다립니다. 해삼이나 석굴을 고추장에 찍어 먹으면 그 맛이 일품이지요. 소주 한잔 생각이 날 겁니다.

이제 지하철 2호선 신당역을 지나 남쪽으로 계속 내려가면 대중가요로도 유명한 '신당동 떡볶이집'이 나타납니다. 50년대 마복림 할머니가 노상에서 떡볶이를 팔던 것이 발전해 지금은 20여개의 떡볶이 전문집들이 늘어서 있습니다. 추운 겨울 코를 훌쩍거리며 매콤한 떡볶이를 먹던 어린 시절이 그리워질 겁니다.

발길을 서쪽으로 돌려 동국대 입구쪽으로 향합니다. 연인과 함께 장충단 국립극장에서 연극·발레·관현악 등을 보며 잔잔한 감동을 느껴볼 수 있습니다.

표를 사고 공연을 기다리는 동안에는 장충단공원을 찾습니다. 신라호텔과 동국대학교 사이에 있는 장충단길을 통해 장충단공원으로 올라가 연인의 손을 잡고 하얀 눈이 내린 길을 걸으면 한겨울의 낭만을 음미할 수 있습니다. 공원의 왼편에는 장충단길과 공원을 이어주는 아름다운 돌다리가 있습니다. 다리를 배경으로 연인과의 다정한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 둘만의 영원한 사랑을 확인하세요. 이 다리가 조선시대에 홍수때 물의 높이를 재던 수표교입니다. 마지막으로 저녁식사. 장충동 족발집에 들러 족발과 쟁반국수를 시켜서 술 한잔을 기울인다면 더이상 바랄 게 없겠지요.

#도심 가르는'마을버스 투어'

적당한 비용, 사람이 북적대지 않는 곳, 평소에 가보지 않은 색다른 곳… 이런 게 당신이 찾는 데이트 코스의 조건이라면 청와대 앞길부터 시작하는 '마을버스 투어'를 이용해 보세요. 평소에 웬만해선 절대 가볼 일이 없는 한적한 길을 연인과 함께 걸어보세요.

경복궁 돌담길을 따라 안국역까지 내려오면 마을버스를 타고 다음 코스인 삼청공원으로 갑니다. 삼청동은 산과 물이 맑아 사람의 마음까지 깨끗하게 한다고 해 삼청(三淸)이라는 이름이 지어졌습니다. 이곳 산책로를 연인과 함께 걸으면 결혼에 골인한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눈이 소복이 쌓인 산책로를 연인과 호젓이 걷는 모습은 생각만해도 멋지지요.

산책로가 끝나는 곳엔 유명한 삼청동 수제비집이 나옵니다. 따끈한 수제비를 먹고 맞은편에 있는 전통찻집을 지나치지 마세요. '서울에서 둘째로 잘하는 집'등 이름도 특이합니다. 스타벅스 커피에 아무리 입맛이 길들여져 있더라도 찻집에서 십전대보탕을 한번 마셔보면 그 맛을 잊지 못할 겁니다.

저녁때 시간이 남는다면 조금만 돈을 들여 남산타워로 올라가볼까요? 케이블카를 타고 전망대로 가서 서울의 야경을 즐겨봐요. 전망대 식당에서 사랑하는 연인과 식사를 하면서 밀어를 속삭이면 그 무엇과도 비길 수 없는 행복감을 느낄 겁니다.

김필규·손해용 기자

phil9@joongang.co.kr

올 겨울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함박눈을 맞으며 서울시내에서 데이트를 즐길 장소를 찾고 계십니까? 하지만 웬만한 데는 이미 가봐 뭔가 특별한 곳에서 겨울 설경을 즐기고 싶은 분들의 고민을 풀어드리겠습니다. 지금 당장 서울시티투어버스 홈페이지(www. seoulcitytourbus. com)에 들어가 보세요. 여러분의 연애 선배들이 개척해 놓은 서울시내 곳곳의 데이트 코스가 올라 있습니다. 남산·덕수궁 같은 전통적인 코스에서부터 육군사관학교·태릉스케이트장같이 숨어 있는 코스까지 50여명이 남긴 글이 생생한 길잡이가 될 것입니다. 그중 '백발백중 프로포즈 성공 장소'나 '내 애인을 감동시킨 곳'등 귀에 솔깃한 몇 곳을 골라 소개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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