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란물 막는 어린이 전용 메일 개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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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9면

"갈수록 늘어나는 음란 스팸메일들을 보면 섬뜩해요. 아이들이 이런 걸 보면 어떻게 하나 하고…. 그러다가 어린이들만을 위한 새 메일 서비스를 만들게 됐습니다."

어린이 포털 '야후!꾸러기(kr.kids.yahoo.com)'콘텐츠 기획을 총괄하고 있는 야후코리아 허주환(34·사진)과장은 교사 출신이다. 대학졸업 후 7년6개월 동안 일선 초등학교에서 4∼6학년 아이들을 가르쳤다. 그래서인지 꾸러기의 콘텐츠를 어린이들의 교육에 도움이 되도록 만드는 데 가장 힘을 쏟는다.

이달 말 선보일 새로운 어린이 메일 서비스는 이렇게 아이들을 위하는 마음에서 나왔다.

어린이들이 미리 등록해 놓은 리스트에 올라있는 친구가 보낸 e-메일이 아니면 받아볼 수 없도록 설정된다.

"설문조사 결과 80%의 꾸러기 이용자들이 반대했지만 밀어붙일 예정이에요. 스팸·음란 메일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해야 하니까요."

허 과장은 교사로 일하던 1998년부터 '허주환의 어린이와 선생님을 위한 공간(heoju.new21.org)'을 운영하며 '인터넷 도사 선생님'으로 이름을 날렸다.

교사 대상 웹공모전과 정보검색대회 등에서 수상한 경력도 적지 않다. 야후는 허 교사의 이같은 실력을 높이 사 2000년 2월 꾸러기를 만들 때 그를 스카우트했다.

야후 측에선 "당시 닷컴 기업의 인기가 무섭게 치솟을 때였지만 아이들을 가르치는 게 더 좋다며 전직을 고민하더라"며 교육에 대한 허 과장의 애정이 높다고 귀띔했다. 허 교사는 야후에 합류한 이후 금새 사이버공간의 유명인사가 됐다. 어쩌다 꾸러기에서 채팅을 하게 되면 어린이 팬들의 질문과 감사 인사가 쇄도한다.

허 과장은 학부모들이 인터넷을 '시간때우기 장난감'쯤으로 인식하는 것이 불만이다. 어린이들이 학원에 다녀오고 공부를 다 하면 "그래, 이제 인터넷 해도 돼"라고 말한다는 것. 이 상태에선 아이들이 인터넷으로 게임을 하는 게 고작이다.

허 과장은 "인터넷은 잘 쓰면 훌륭한 교육매체지만 방치하면 바보상자"라며 "정보검색·숙제·음악찾기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하도록 부모가 어린이와 함께 인터넷을 이용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강조했다.

최지영 기자

choij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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