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간섭말라" 인권委 공개 반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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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청와대가 지난 15일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사전 허가 없이 김창국(金昌國)위원장 등 국가인권위원회 관계자 네명이 해외 출장을 다녀왔다며 경고한 데 대해 인권위가 18일 공개 반박하고 나섰다. 인권위는 기자회견을 자청해 "인권위법에 따르면 인권위는 행정자치부 소속이 아닌 독립기구"라며 "따라서 일반 행정공무원의 '공무 국외여행 규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인권위는 "위원장이 해외 출장을 가기 전 대통령의 사전 허가를 받지 않은 것은 합당하다"며 "이번 사태로 국가인권위의 독립적 위상이 위협받았다"고 청와대의 입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인권위 최영애(崔永愛)사무총장은 "金위원장이 지난 5월 김대중 대통령에게 이번 해외 출장건을 이미 보고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행정자치부는 해명 자료를 통해 "인권위의 독립성 규정은 그 기능의 독립을 의미하지, 조직·인사·예산의 독립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인권위는 일반 공무원의 여행 규정을 당연히 준수했어야 했다"고 인권위의 주장을 비판했다.

청와대 박선숙(朴仙淑)대변인은 "金대통령이 국정을 안정적으로 마무리하기 위해 장·차관의 해외 출장을 자제하라고 내각에 당부한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인권위 관계자들은 지난 9일부터 6일간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제7차 아시아·태평양지역 국가인권기구 포럼(APF) 연례회의에 참석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공무 국외여행 규정에 따라 대통령의 사전 허가를 받지 않고 출국했다"며 金위원장 등을 엄중 경고했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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