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리 못 찾는 '예술경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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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우리나라 대학에 예술경영 전공 교육이 처음 등장한 것은 1986년 중앙대 사회개발대학원에 문화예술 전공이 개설되면서다. 지금 대학원에 같은 전공 과정을 둔 학교는 모두 스물네 곳에 이른다.

양적으로 보면 놀라운 발전인데 과연 그만한 성과가 있었을까. 최근 연극원 주최로 한국예술종합학교 예술극장에서 열린 '대학에서의 예술경영과 극장경영 교육'국제 심포지엄에서 그 해답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다.

주제발표를 한 홍승찬 무용원 교수는 성과보다 문제점에 초점을 맞췄다. 홍교수는 한 설문조사를 인용해 "응답자 87명 가운데 84명이 현재 재학 중인 학교의 교과 과정에 대해 만족하지 못한다고 답했다"며 교수진의 부족과 강의 내용의 취약성, 교과 과정의 부실, 현장과의 연계성 부족 등을 원인으로 꼽았다.

홍교수의 지적대로라면 지금 예술경영 교육의 질은 양적인 성장을 따르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토론자로 나온 조은아 추계예술대 교수는 "학생들의 생각을 고려하지 않은 채 (뭔가를)가르치는 데 급급한 것이 아닌가"라고 물으면서 "대학마다 특화 전략을 구사할 때"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사실 각 대학의 커리큘럼을 보면 천편일률적인데,제한적인 시장 수요를 감안해 무차별적인 학과 설립을 통한 경쟁보다는 특성화를 통한 '윈윈 전략'을 고려할 만하다는 것이다.

상식적인 얘기지만 예술경영학은 예술 현장과 상보적인 관계 속에서 발전할 수 있는 실용학문이다. 그러나 아직 우리의 예술 현장은 이런 전공인력들을 수용할 만한 토대와 인식이 빈약하다. 홍교수는 "국공립 단체에서라도 의무적으로 전공 인력을 배치하는 의식의 변화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그는 특정 단체와 인턴십 등을 통한 산학협동을 하나의 대안으로 꼽았다.

예술경영학 전공자들을 바라보는 현장의 시각도 곱지만은 않다. 한 공연 기획가는 "절박한 현실을 모른 채 이상론에 빠져있는 게 예술경영 전공자들의 가장 큰 맹점"이라며 "선뜻 같이 일할 생각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무튼 지금 대학의 예술경영 교육은 대내외적으로 변화를 모색해야 할 중요한 시점에 놓여있는 것은 분명하다.

정재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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