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 벗은 한·일회담] 문서공개 소송서 패하자 '공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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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65년 체결한 한.일 협정 관련 문서가 17일 일반에 공개됐다. 마이크로 필름 형태로 보관하고 있는 문서는 전용 단말기를 통해 볼 수 있으며, 인쇄된 문서로도 열람할 수 있다. [김태성 기자]

정부가 한.일 협정 문서 공개를 본격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초다. 2004년 2월 서울행정법원이 관련 문서 161권 중 5권을 공개하라며 유족회 등 시민단체의 손을 들어준 때문이다. 정부는 즉각 항소했다. 하지만 승소 전망이 어둡다는 결론을 내렸다. 2, 3심에서 1심 판결이 뒤집힐 가능성은 매우 작다고 본 것이다.

이에 따라 끝내 공개할 것이라면 시민단체나 유가족 요구에 떼밀려 하기보다 정부가 먼저 공개하는 것이 모양새가 낫다는 판단을 내렸다. 정부가 이번 공개에 대해 '국민의 알권리 충족'을 제1 사유로 꼽은 것도 이런 까닭에서다.

공개를 검토하면서 가장 큰 고민은 회담 상대국인 일본이 어떻게 나올 것인가였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청와대 민정수석실을 중심으로 외교.행자.복지부 등 관계부처 합동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외교적 파장을 면밀히 분석했다. 그리고 일본 측에 사전 양해를 구했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이번에 공개되는 문서로 인해 한.일 간 외교 마찰이 발생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일본 측도 우리 측의 설명에 대해 반대 의견이나 삭제 요청을 일절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문서 공개를 정치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최근의 '과거사 정리' 움직임과 연계해 바라보는 견해가 그것이다. 특히 올해는 을사조약 체결 100주년이면서 광복 60주년, 한.일협정 체결 40주년이 겹친다. 이른바 '꺾어지는' 해다. 이 때문에 미래지향적인 한.일 관계를 위해서라도 과거사 논란을 일단락해야 한다는 주장이 적극 반영됐다는 것이다.

박신홍 기자 <jbjean@joongang.co.kr>
사진=김태성 기자 <ts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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