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으로 자녀만 있는 집안 들여다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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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① 직장에서 일을 하던 이상호씨가 집안에 설치한 네트워크 CCTV에 비친 자녀들의 모습을 스마트폰과 PC로 확인하고 있다. ② 서울 은평구청이 설치한 스피커와 연동된 CCTV ③ 브라질 산토스항에 설치된 펠코의 열감지 CCTV

폐쇄회로TV(CCTV)는 교통사고나 강력사건의 해결에 결정적 단서를 제공하곤 한다. 하지만 갈수록 사건·사고의 ‘감시’를 넘어서 적극적인 ‘예방’ 쪽으로 기능을 넓혀 가고 있다. 의료 역시 치료 못지않게 예방의 비중이 커지듯 말이다. 이런 변화의 핵심수단은 정보기술(IT)이다. 모바일 기기와 무선인터넷을 활용해 언제 어디서든 CCTV의 관찰대상을 살피는 장치,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이나 적외선 감지 기능이 결합된 장치 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서울 압구정동에 사는 맞벌이 회사원 이상호(36)씨는 어린 세 자녀(2, 3, 6세)를 뒀다. 자녀 돌봐주는 사람을 따로 뒀지만 야근이 잦은 그로선 아이들이 잘 지내는지 궁금하고 걱정스럽다. 그러다 한 중소업체의 네트워크 카메라를 알게 돼 거실에 한 대 설치한 뒤 마음을 놓았다. 사무실에서나 외근 중에 하루 서너 번 PC나 스마트폰으로 아이들의 모습을 살필 수 있게 돼서다. 카메라에 마이크와 스피커가 달려 자녀와 이야기도 나눌 수 있다. 이씨는 “자녀한테 부모가 늘 곁에 있다는 느낌도 줄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차세대 CCTV로 불리는 네트워크 카메라는 인터넷주소(IP)를 기반으로 하는 영상감시 장치다. 촬영한 영상을 유·무선 인터넷으로 실시간 전송해 테이프 같은 저장장치가 필요 없다. 또 PC·스마트폰·PDA(휴대정보단말기) 등 인터넷과 접속 가능한 기기라면 촬영영상을 확인해볼 수도 있다. 네트워크 카메라를 만드는 아이넷뱅크의 장영 전무는 “아이폰4·갤럭시S 같은 첨단 스마트폰의 고화질 디스플레이와 초고화질(HD) TV급 네트워크 카메라가 결합하면 얼굴의 점 하나까지도 눈에 들어온다”고 말했다. 자녀나 노부모의 몸 상태까지 원격으로 챙길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 은평구청은 관할지역 내 초등학교 등 주요 시설물 주변 횡단보도에 200만 화소급 고화질 CCTV를 설치하고 있다. 현장을 영상으로 살피는 기능을 넘어서 카메라 주변 사람들에게 생길 수 있는 위험을 중앙통제소에서 음성으로 경고까지 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은평구청과 함께 이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 엑시스커뮤니케이션즈의 윤승제 사장은 “사건·사고의 뒷감당뿐만 아니라 이를 미연에 방지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비상호출기를 몸에 지닌 어린이나 노약자가 위험한 상황에 처해 버튼을 누르면 지역 CCTV망에 신호가 전달되는 시스템도 나왔다. 가령, 강도를 당했다고 하면 주변에 있는 카메라가 호출기 작동 방향으로 회전해 범죄현장을 비추는 식이다. 행정안전부는 이를 초등학교 등에 보급하는 일을 추진하고 있다. 영상보안장비 전문업체인 스타넥스는 어린이용 목걸이형 CCTV를 성인 엄지손가락 크기로 만들었다. 위치정보뿐 아니라 주변의 영상과 음성까지 서버에 주기적으로 무선 전송해 보호자가 어린이의 일거수일투족을 실시간 확인할 수 있게 도와준다.

산업현장의 CCTV는 열감지 장치와 결합해 화재 등 대형 사고를 예방한다. 기계가 비정상적으로 작동해 생기는 적외선을 시각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에 육안으로 쉽사리 발견할 수 없는 기계의 이상 과열을 알아차릴 수 있다. 안개·연기·수증기 등이 많이 발생하는 항만이나 공항 등에서 특히 유용하다. 인천국제공항과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는 슈나이더일렉트릭의 열감지 CCTV ‘펠코’가 설치돼 있다.

문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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