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디자인·소재 분야 과감히 투자해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5면

"사람이 맨발로 다니지 않는 한 신발산업은 결코 사양산업이 아닙니다. 국내기술과 제3국의 값싼 노동력이 결합하면 국제 경쟁력이 충분합니다. "

한국신발산업협회 박연차(朴淵次·57·태광실업 회장·사진)회장은 신발산업이 재도약하기 위해서는 기업이 원가절감에 나서는 한편 디자인·소재 분야에 과감히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내의 기업이 기술개발을 담당하고 생산라인은 노동력을 쉽게 구할 수 있는 제3국으로 이전하는 역할분담론을 제시했다.

朴회장은 1994년 베트남 동나이성, 95년 중국 칭다오(靑島)에 각각 종업원 1만여명의 현지공장을 세워 연간 4억6천만달러의 외화를 벌어들이고 있다. 경남 김해 본사에서 만든 디자인과 금형을 현지공장에 보내 제품을 생산하는 방식이다.

그는 첨단소재를 사용한 부가가치가 높은 신발을 회원사들이 만들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단순해 보이는 신발 하나에 들어가는 소재·부품이 1만여종입니다. 신발의 성능을 좌우하는 이러한 부품의 기술개발지원을 위해 중·단기 대책을 정부에 건의해 놓고 있습니다. "

朴회장은 기업들이 설계·금형·전사적 자원관리(ERP) 시스템을 갖추면 원가를 절감하고 고기능의 최고급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고 믿는다.

태광실업은 80년대 말 컴퓨터로 신발을 설계하는 시스템을 도입하고 금형사업부를 설립하는 등 과감하게 투자했다. 다양한 발을 컴퓨터로 설계해 금형을 제작, 소비자들의 욕구를 충족시켰다. 99년부터 2백억원을 들여 ERP 시스템을 구축했다. 물류·생산·회계·인력을 통합 관리해 실시간으로 현황을 파악할 수 있게 됐다.

朴회장은 신발업계의 취약한 마케팅 능력을 보완하기 위해 외국에 한국 브랜드를 취급하는 점포 개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북한경제시찰단을 태광실업으로 초청하는 등 북한진출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위기는 기회입니다. 70여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국내 신발산업이 기술 개발에 적극 투자하면 영화(榮華)를 되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

朴회장은 신발산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과 국민들의 관심을 촉구했다. 한국신발산업협회는 71년 신발 수출업체 1백여개가 신발수출조합으로 출범했다가 91년 이름을 바꾼 생산자 단체. 회원사가 줄어 지금은 36개사뿐이다.

부산=김상진 기자

daeda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