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 30분이상 지연땐 결의위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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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이라크에 대한 유엔의 무기사찰 활동이 30분 이상 지연되거나 제동이 걸릴 경우 유엔 결의 위반으로 간주하겠다고 한스 블릭스 무기사찰단장이 15일 이라크에 경고했다.

블릭스 유엔 감시·검증·사찰위원회(UNMOVIC) 무기사찰단장은 이날 프랑스 르 몽드와의 회견에서 "대형 무기나 설비는 30분 안에 숨길 수 없지만 서류나 생화학 무기 실험실은 은폐할 수 있기 때문에 사찰이 30분 이상 지연될 경우 심각한 사태가 빚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라크 내 사찰 장소로 7백여곳을 정했고, 무기사찰단은 사찰 장소를 미리 이라크에 알려주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1991년 이라크에서 무기사찰 활동을 벌였던 전직 사찰단원들은 4년 만에 재개되는 이라크 무기사찰이 결국 실패로 끝나 전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이같은 전망은 ▶미국은 사찰 아닌 전쟁으로 이라크 문제를 해결키로 방침을 굳혔다는 관측▶이라크가 자신들에게 유리한 조건을 이용해 사찰을 끝까지 방해할 것이란 상반된 관측에 근거하고 있다.

91∼98년 수석 사찰단원을 역임한 스코트 리터는 유엔 결의가 이라크에 1개월(다음달 8일) 안에 무기 보유 내역을 '숨김없이' 공개하라는 무리한 요구를 한 것은 한마디로 결의의 주역인 미국이 전쟁을 작심했기 때문이라고 단언했다.

이라크가 결의에 응해 서둘러 무기 내역을 공개해도 한두개 무기만 누락되면 그순간 '중대한 위반(material breach)'을 한 것이 되고, 이는 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할 구실이 된다는 것이다.

반면 93년부터 98년까지 사찰단원을 지낸 로저 힐은 사담 후세인 대통령이 '준비가 덜 된' 사찰단을 속이면서 시간을 끌 것이기 때문에 사찰이 실패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찰단은 지난 7일 결의안 통과를 전후해 급조된 반면 후세인은 98년 사찰단을 쫓아낸 이래 4년간 무기를 은닉할 충분한 시간을 가졌다는 것이다.

강찬호 기자

stoncold@joongang. co. 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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