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러나는 3인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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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권력 일선에서 물러나는 장쩌민(江澤民) 국가주석과 리펑(李鵬) 전인대 상무위원장, 주룽지(朱鎔基) 총리는 앞으로 무엇을 할까. 이들은 모두 70대의 노인이지만 건강이 좋아 제2의 인생 계획을 세워야 할 판이다.

江주석은 일단 '물러나지만 쉬지 않는다(退而不休)'는 원칙을 세웠다. 자신의 정치적 본거지인 상하이(上海)에 저택을 마련 중인 江주석은 과거의 최고지도자 덩샤오핑(鄧小平)처럼 '태상황'으로서 막후 정치를 펼칠 전망이다.

중국 전문가들은 "江주석이 1년 중 대여섯달은 상하이에 머물면서 평소 좋아하는 낚시·음악 등으로 휴식을 취하고, 나머지 시간은 국내외 각지를 두루 돌아다니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江주석의 측근들이 중앙무대와 지방에 대거 포진한 만큼 그의 영향력은 여전할 전망이다.

江주석은 특히 자신이 주장한 '3개 대표론'이 당장(黨章)에 명시됨에 따라 마오쩌둥(毛澤東)·덩샤오핑과 같은 반열에 오르기를 희망하고 있다. 江주석은 자신의 퇴진에도 불구하고 최근 "상하이가 계속 발전하려면 신(新)사고방식으로 새로운 돌파를 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룽지 총리는 일찌감치 모교인 칭화(淸華)대에서 책도 읽고 후진도 양성할 뜻을 밝혔다.

칭화대 측은 이미 연구실과 주택을 마련해 놓았다고 홍콩 언론들은 전한다. 朱총리는 특히 경극(京劇)을 좋아해 그동안 몰두했던 국정을 잊고 오랜 친구들과 어울릴 계획이다.

저우언라이(周恩來) 전 총리의 양자인 리펑(李鵬)위원장은 '일벌레'로 통한다. 정치국 상무위원에 올라서도 밤늦게야 집에 돌아갔던 성품으로 봐 "가만히 앉아있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그가 전력 분야의 전문가임을 감안할 때 2009년까지 공사를 벌일 창장(長江) 싼샤(三峽)댐 공사장에 나가 '시어머니' 역할을 하리라는 얘기가 들린다. 하지만 李위원장의 가족 비리에 대한 소문이 끊이지 않아 새 지도부의 사정(司正) 칼날을 맞을 가능성도 있다.

홍콩=이양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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