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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氣를 살려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검찰의 피의자 구타사망 사건 후 검찰 수사가 지나치게 위축된 모습이다. 그동안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주임검사를 비롯한 수사팀의 무더기 구속과 지휘부 문책인사 등이 이어지면서 망연자실(茫然自失), 뒤숭숭한 분위기에 휩싸여 있고 자칫 이런 분위기가 장기화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파주 스포츠파 조직원 살인사건과 관련, 구속된 3명이 구속취소로 석방된 것이 단적인 예다. 직접증거가 확실치 않은 데다 이들이 고문당했다고 주장하는 바람에 불구속 상태로 보강수사키로 했다는 것이 검찰 설명이다. 조직폭력 살인사건 관련 피의자들이 기소단계에서 무더기로 구속취소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수사과정의 어떤 고문이나 가혹행위도 결코 용납될 수 없다. 그러나 가혹행위 처벌과 조직폭력 등 강력사건 수사는 별개다. 고문 시비로 검찰권이 위축되는 반면 조직폭력이 힘을 얻게 된다면 최악의 결과다. 이 사건 수사과정에서 이미 살인지시 메모 등 정황과 간접증거 등이 확보된 만큼 검찰은 철저한 과학수사로 혐의를 끝까지 추적해야 할 것이다.

서울지검의 구속영장 청구가 극히 부진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난달의 절반 수준이고 그나마 직접수사하는 특수·마약·강력부가 청구한 영장은 거의 없다니 검찰 전체가 손을 놓고 있는 셈이다. 태업이나 직무유기라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검찰 사기가 극도로 저하된 데다 걸핏하면 불려온 피의자가 되레 큰소리친다니 걱정이 아닐 수 없다.

검찰의 피의자 고문치사는 '검찰의 경찰화''검사의 형사화'가 빚은 비극이다. 검찰이 검찰다운 기능을 못한 결과이니 어떤 변명도 통할 수 없다. 검찰 파견 경찰관 1백80여명의 원대복귀 등 반성과 재발방지책이 하루빨리 나와야 한다. 국가 최고 사정기관인 검찰권의 위축은 국법질서 문란, 법치의 위기를 의미한다. 범법사회·무법천지의 가장 큰 피해자는 서민일 수밖에 없다. 먼저 검찰 스스로 사기를 올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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