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해운>전쟁 그림자에 주가 맥못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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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항공·해운 등 운송주들이 최근 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8일(현지시간) 유엔 안보리가 이라크 무기사찰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후 전쟁 발발 우려감이 커진 탓이다. 전쟁이 터지면 국제 유가가 급등하고 소비가 위축되면서 수익성이 악화할 것으로 예상돼 투자심리가 얼어붙고 있는 것이다.

12일 대한항공은 전날보다 5.15% 떨어져 1만2천9백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지난 7일 이후 4일(거래일 기준) 연속 떨어졌다. 거래량도 전날(84만주)의 두배 수준인 1백66만주로 늘었다.

아시아나항공도 3.83% 떨어져 2천2백60원을 기록했다. 11일에도 6% 떨어졌었다. 한진해운은 지난 7일 이후 4일 연속 하락했다.

이처럼 주가가 떨어지는 것은 운송업종이 다른 업종보다 유가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이다.

국내 항공업체의 유류비 비중은 전체 매출의 17%, 해운업체의 경우는 약 10% 가량 된다.

특히 전쟁 발발의 경우 항공기 이용 고객이 줄 것으로 보이는 점도 주가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해 9월 미국 테러사건 이후 국제 여객 수요가 크게 줄면서 국내 항공업체의 실적·주가가 나빠졌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에 따라 단기적으로 운송업종의 주가는 상승세를 보이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대신증권 양시형 연구원은 "전쟁 불확실성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항공업종이 지수보다 높은 수익률을 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불확실한 경기상황도 악재다. 한투증권 이인혁 연구원은 "항공·해운 업종의 주가는 경기의 영향을 많이 받는데 최근 경기가 나빠질 기미를 보여 이들 업종의 주가 상승을 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래에셋증권 류제현 연구원은 "여전히 항공업체의 펀더멘털(기초여건)이 좋기는 하지만 아직까지 불확실성이 남아있는 만큼 적극적으로 주식을 살 때는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나 류 연구원은 "주식을 보유한 투자자라면 주식을 팔지 말고, 신규 투자자라면 떨어질 때마다 조금씩 나눠 사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해운업종의 경우 항공주보다 국제유가 상승 영향을 적게 받지만 4분기 물동량이 줄어들 가능성도 있고, 운임 증가 속도가 기대에 못미친다는 지적이다.

반면 지금이야말로 운송주를 사들일 때라는 주장도 만만찮다. 비록 단기적으로 전쟁 위협 때문에 주가가 약세를 보이고 있지만 전쟁위협이 해소되거나 전쟁이 조기 종결되면 유가가 안정세를 보일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특히 미국이 최근 금리를 인하한 점도 항공업체들의 수익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은 각각 약 20억달러, 10억달러의 달러 표시 부채를 갖고 있기 때문에 이자 부담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증권 강두호 연구원은 "미국이 장기적인 국제 유가 안정을 위해 전쟁을 고려하고 있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며 "최근의 원화강세 흐름도 항공주에는 호재"라고 주장했다.

또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의 실적도 비교적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삼성증권은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의 올해 영업이익이 3천2백억원, 1천7백억원으로 전망했다.

하재식 기자

angelh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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