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새 億대 날릴 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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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은행들이 주5일 근무를 하는 바람에 급하게 이틀 동안 3억원을 맡길 곳을 찾다가 신협을 택했다. 이곳이 영업 정지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

지난 4일 1백15개 신협이 영업정지된 다음 날인 5일 서울 중구 다동의 예금보험공사에 P씨(37·지방 거주)가 찾아와 안타까움을 호소했다.

그는 경남 K신협이 영업정지되기 이틀 전인 지난 2일 농협중앙회와 우리은행에서 발행한 자기앞수표 4장(3억원)을 K신협에 맡겨 법대로 따지면 불과 이틀 만에 2억5천만원을 날릴 상황에 처했다.

P씨는 "신협에 돈을 맡길 때 예금을 한 게 아니라 월요일(4일)에 찾기로 하고 잠시 보관을 부탁한 것인 만큼 원금을 돌려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예보측은 "전례가 없는 일이지만 원칙대로 한다면 돈을 내주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P씨가 밝힌 경위는 이렇다. 실제 전주(錢主)인 친척 L씨(48)는 지난 2일 부동산 구입을 위한 잔금용으로 3억원어치의 수표를 준비했다. 그러나 매도자가 계약서류를 제대로 준비하지 못하는 바람에 계약을 4일로 미뤘다. 마침 은행이 문을 닫은 토요일이라 P씨는 L씨와 함께 K신협을 찾아가 "월요일 아침에 찾을테니 돈을 보관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나 4일 오전 돈을 찾기 위해 K신협에 갔을 때 이미 예보에서 나온 경영관리인이 입출금을 전면 금지시킨 상황이었다. 예보 관계자는 "예금 대장인 원장(原帳)에 3억원이 예금으로 기록돼 있어 돈을 내줄 수 없다"고 밝혔다.

P씨와 L씨는 예보에 이의신청을 제기한 상태다.

예보 보험관리부 관계자는 "단순히 보관을 부탁한 것이라면 상황이 달라지겠지만 원장에 예금으로 기록돼 있는 만큼 예보로선 예금을 지급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L씨측은 "당시 신협 직원이 임의로 예금으로 처리했다"며 "당시 신협 관계자도 보관받기로 했으나 불안한 생각에 예금으로 한 것일 뿐이라고 진술했다"고 항변하고 있다.

만일 L씨측의 항변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L씨는 다음달에 예금자보호대상 5천만원을 받고 K신협이 최종 파산처리될 때 파산배당금(약 50%일 경우 1억2천5백만원)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된다. 이틀 만에 3억원 중 1억3천만원 이상을 날리게 될 처지다. L씨측은 "최악의 경우 법원에 수표반환청구소송을 제기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장세정 기자

zhang@joongang.co.kr

▶은행 주5일근무에도

토요일 영업하는 금융회사

-은행별 공항·법원 등 전략점포 일부

-우체국 2800곳

-새마을금고 1712곳

-상호저축은행 68곳

-신협 1115곳

※ 5천만원 이내 원리금 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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