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한옥마을 고목에 얽힌 사연을 찾아서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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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전북 전주시 교동·풍남동 한옥마을에는 갖가지 사연을 지닌 고목들이 많다. 창건 600년을 맞은 경기전과 400년의 역사를 지닌 향교 등에 수백년 된 나무가 40여그루나 있다.

전주시가 이들 고목을 해설을 들으며 둘러보는 ‘한옥마을 나무 이야기’ 프로그램을 이달부터 11월까지 4개월간 운영한다. 10일 시작한 이 프로그램은 화·목·토요일마다 진행한다. 오전 10시 문화해설사와 함께 경기전을 출발해 은행로~향교~오목대를 둘러본다.

경기전 정문에는 정유재란 이후 건물 증축 기념으로 심은 수령 400여년의 은행나무가 있다. 경기전 안에는 유서가 깊은 나무들이 즐비하다. 태조의 어진을 모신 본전 앞에는 청렴결백한 선비를 상징한다고 해서 서원이나 정자 옆에 주로 심던 100여년 된 배롱나무(백일홍)가 있다. 본전에서 사고(史庫)로 가는 길에는 대나무 숲이 있다. 이 대나무 숲은 인기 TV 사극이었던 ‘용의 눈물’ 과 ‘왕과 비’의 촬영 장소이기도 하다. 경기전에는 이 밖에도 장원급제자의 머리에 꽂아 ‘어사화’로 불리던 능소화와 새우잠을 자는 모양을 한 청매화나무, 수백년된 느티나무 등도 있다.

경기전 앞을 지나는 은행로에는 600년 된 은행나무가 있다. 고려 우왕 9년(1383년)에 심었다는 이 고목은 밑동에서 7년 된 어린 은행나무가 자라고 있다. 최근 DNA검사 결과 어린 은행나무는 고목의 후계목임이 확인됐다.

조선 선조 때 지은 향교에도 수백년된 은행나무 네 그루가 있다. 벌레를 타지 않는 은행나무처럼 부지런히 학문을 갈고 닦아 올곧은 선비가 되라는 의미를 담아 심었다고 전해진다.

오목대 쉼터에는 주민들의 무병장수와 마을의 태평을 기원하는 당산제를 지내던 수령 500년 가량의 느티나무가 있다.

조영호 전주시 관광홍보담당은 “한옥마을 관광객들이 더 재미있고 의미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유서 깊은 나무들을 찾아가는 해설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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