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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리트 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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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최초의 세계지도는 기원전 6세기 고대 바빌로니아에서 제작됐다. 점토판 위에 직선과 원, 이등변삼각형으로 세계를 그렸다. ‘사르곤의 전설’을 토대로 원 안쪽은 육지로 경험의 차안(此岸)을, 바깥쪽은 바다로 가상의 피안(彼岸)을 나타냈다. 일본의 학자 오지 도시아키는 『세계지도의 탄생』에서 “고대 지도는 세계가 아니라 세계관을 담았다”고 설파했다.

인쇄 지도는 12세기에 제작된 중국의 ‘고금화이구역총요도(古今華夷區域總要圖)’가 최초다. 만리장성을 북쪽 경계로 그들만의 ‘화이(華夷)’ 사상을 담았다. 근대식 지도는 1502년 제작된 포르투갈의 ‘칸티노 세계지도’다. 처음으로 경도와 위도를 사용했다. 축적 1282만분의 1에 사상성·예술성·과학성·실용성이란 ‘지도의 4요소’를 모두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여기에는 각 지역의 ‘상품정보’가 제공됐다. 현대적인 위치기반 정보서비스의 효시인 셈이다.

지도 제작은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으로 획기적인 변화를 맞는다. 지구 2만2000㎞ 상공 24개의 ‘내브스타(NAVSTAR) 위성’에서 위도·경도·고도에 속도 정보까지 얻을 수 있다. 민간용은 군사용에 비해 정확도가 떨어져 속도측정 오차가 초당 3㎝가 난다고 한다.

검색업체인 구글(Google)은 이를 이용해 실제와 근접한 지도를 제작한다. ‘구글 맵스’다. 여기에 2007년부터 ‘스트리트 뷰’ 기능을 더했다. 카메라로 거리 상황을 찍어 360도로 재현한 3D 지도다. 그러면서 ‘검색’의 개념도 바뀌었다. 키워드뿐 아니라 사용자 위치를 기준으로 ‘맞춤형 정보’가 제공되는 것이다. 위치기반서비스(LBS)인데, 구글이 ‘비싼’ 지도를 ‘공짜’로 제공한 이유다. 아이폰의 애플이 최근 캐나다의 3D 지도제작 업체를 사들인 배경이기도 하다.

그런데 여기서 보안 문제가 불거졌다. 위치 정보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근거리무선망(Wi-Fi)을 통해 사생활 정보가 누출됐다는 것이다. 대만에서는 여성의 알몸이 노출돼 말썽을 빚었다. 하지만 이는 어쩌면 약과다. 조지 오웰이 『1984』에서 그린 ‘빅 브라더’가 이미 눈앞에 있다. 스마트폰을 쥐고 있으면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까지 알 수 있다. ‘손 안의 내비게이션’ 덕분에 길을 잃지 않게 됐단다. 하지만 현대인은 ‘구글 맵스’의 길 위에서 길을 잃은 것은 아닐까. 첨단 문명과 인간성의 갈림길에서 말이다. 과연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나.

박종권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