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사가 돈 받고 비자 발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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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중국 동포들에게 불법으로 입국 비자를 발급해준 주중(駐中) 영사관의 영사·부영사 등 공무원과, 국내에서 가짜 호적을 만들어준 호적세탁 브로커들이 무더기로 검찰에 적발됐다.

서울지검 외사부(부장검사 安昌浩)는 10일 돈을 받고 중국 동포들에게 비자를 발급해주거나 불법으로 한국 호적을 취득케 한 58명을 적발, 이중 32명을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또 15명을 불구속 기소하고 11명을 지명수배했다.

수사 관계자는 "국내 불법 체류 외국인 28만4천여명 가운데 중국인이 14만명에 달한다"면서 "현행 출입국·호적관리 시스템으로는 중국 동포는 물론 간첩까지도 1천만원만 주면 비자를 받아 입국한 뒤 호적 세탁을 거쳐 어엿한 한국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선양(瀋陽)영사관에서 1999년 부영사로 근무했던 최종관(45·인천출입국관리사무소 조사과장)씨는 비자 발급 브로커 정모(55·수배)씨의 부탁을 받고 중국 동포 2백61명에게 비자를 발급해준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崔씨의 홍콩 H은행 비밀계좌에 60만여달러(약 7억2천만원)가 입금된 사실을 확인, 비자 발급 대가로 브로커들로부터 받은 뇌물인지 조사 중이다.

지난해 베이징(北京) 영사관 영사였던 양승권(58·김해출입국관리사무소장)씨는 브로커 장모(55·구속 기소)씨로부터 비자 발급 대가로 3천여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불법 비자로 국내에 들어온 중국 동포들은 호적세탁 브로커들을 통해 대한민국 호적을 취득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호적세탁 조직들은 생활정보지 광고를 통해 모집한 중국 동포들에게 새 호적을 만들어주고 5백여만원씩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생활이 어려운 노인에게 사례비를 주고 어렸을 때 잃어버렸다가 찾은 자식인 것처럼 출생신고서를 조작해 호적을 만들었다.

또 한국에서 태어난 고아인 것처럼 가장해 성(姓)과 본(本)을 새로 만들어 법원의 허가를 받아내기도 했다.

일부는 49년 이전 국내에서 출생한 해외동포의 경우 배우자·미혼 자녀와 함께 국적을 회복할 수 있다는 법규를 악용해 출생연도를 조작한 뒤 국적을 회복하는 수법도 사용했다.

장정훈 기자

cc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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