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대응]사찰 일단 수용후 시간 끌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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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이라크는 지난 8일 통과된 유엔 안보리 결의안을 일단 수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번에도 거부하면 곧바로 미국의 공격을 촉발할 위험성이 그 어느 때보다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거의 행적을 감안할 때 이라크는 처음 얼마 동안은 사찰에 협조하다가 돌연 트집을 잡아 사찰을 중단시키고 시간을 끄는 '벼랑끝 전술'을 펼 가능성이 크다고 중동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시간끌기에는 다양한 전술이 동원될 전망이다. 우선 결의안을 둘러싼 안보리 내 해석차를 이용하는 방법이다. 결의안은 이라크가 '중대한 위반'을 하면 군사행동을 암시하는 '심각한 결과'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그러나 이라크가 종전처럼 "사찰단이 스파이 활동을 했다"며 사찰을 중단시킬 경우 결의안 위반이긴 하지만 과연 '중대한' 위반인지는 논란의 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설령 중대한 위반으로 결론이 나도 논란은 이어진다. 미국은 곧장 군사행동에 나설 수 있다고 보는 반면 프랑스·러시아·중국·시리아 등 다른 안보리 이사국들은 "결의안 어디에도 자동적인 군사행동 허용 조항은 없다"며 안보리의 추가승인이 필요하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복잡한 사찰 절차도 시간끌기의 좋은 수단이다. 수백명의 무기 관련 과학자·관료들을 탐문하고, 이라크 전역에 산재한 무기시설을 방문하는 등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절차를 감안하면 이라크의 '버티기 작전'이 먹혀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강찬호 기자

stoncol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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