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장일치'통과까지]파월, 각국 인사와 150차례 통화 딸 결혼 20분전에도 佛외무 설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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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지난 8일 유엔 안보리가 15개국 만장일치로 이라크 무장해제 결의안을 채택한 과정은 한 편의 숨막히는 외교 드라마였다. 프랑스는 하나의 결의안에 무력사용 가능성까지 포함시키자는 미국에 맞서 군사제재는 나중에 별도로 논의하자는 2단계 해법을 완강하게 주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비타협적 결의안을 밀어붙일 태세를 보이자 프랑스는 '거부권 행사'라는 부담 없이 미국의 결의안을 부결시키기 위해 안보리 비상임 이사국들을 상대로 반대표 규합에 나서 아일랜드·모리셔스·카메룬·멕시코를 반대 대열로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허를 찔린 미국은 부랴부랴 비상임 이사국들을 상대로 세 규합에 나서는 한편 프랑스와 러시아가 자동 군사공격을 의미한다고 주장하는 '가능한 모든 수단'이란 문구를 초안에서 삭제했다.

이번 결의안 통과는 미 행정부 내 비둘기파를 대표하는 콜린 파월(사진) 국무장관의 피를 말리는 외교적 노력의 산물이라고 미국의 뉴욕 타임스는 전했다.

파월은 세계와 유엔의 주요 인사들에게 무려 1백50차례나 전화를 걸어 총력 외교전을 폈다. 지난 2일 결혼하는 딸과 웨딩마치에 맞춰 식장으로 들어가기 불과 20분 전에도 파월은 휴대전화로 도미니크 드 빌팽 프랑스 외무장관을 설득했다.

워싱턴=김진 특파원

jin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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