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38]盧-鄭 단일화 논의 급물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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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대선이 38일 앞으로 다가왔다. 정국은 1강2중 구도의 유지냐, 후보단일화를 통한 양강구도의 태동이냐의 기로에 섰다. 흐름의 윤곽은 이번 주중 판가름날 전망이다. 노무현·정몽준 후보의 단일화 협상이 급진전하고 있다. 중부권 신당의 창당과, 박상천·정균환 의원 등 민주당 중진들의 거취도 새 변수다. 이회창 후보는 박태준·박근혜씨의 지지를 연달아 끌어내 승패의 변수들을 하나씩 정리해 나가고 있다.

민주당 노무현(盧武鉉)후보와 국민통합21 정몽준(鄭夢準)후보 간의 단일화 협상에 청신호가 켜졌다.

첫 상견례에서 양측이 단일화 원칙에 합의하고, TV토론 등을 통해 검증을 받자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더욱이 盧후보 측은 10일 심야에 대책회의를 열어 TV토론 후엔 여론조사 방법까지 협상에서 검토·논의해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전남을 방문 중인 盧후보가 이 같은 입장을 밝힌 직후다.

이해찬(李海瓚)선대위 기획본부장은 회의 후 "여론조사를 포함한 모든 방식을 올려놓고 검토하겠다"며 "여론조사도 최후의 방법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李본부장은 "盧후보도 사실상 경선이 불가능한 상황이 오면 단일화를 안 하는 것보다 여론조사를 하는 게 낫다고 했다"고 밝혔다.

그는 "선출이라고 하면 굳이 경선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모든 것을 열어놓고 할 수 있으며, 단일화를 꼭 이루겠다"고 강조했다.

당초 여론조사 방식을 주장해온 鄭후보 측이 거부하기 어려운 조건이다.

이에 앞서 鄭후보 측은 10일 盧후보가 8일의 방송대담에서 鄭후보를 겨냥해 "그런 분이 대통령이 되면 (현대전자 주가조작 등의)국가적 의혹을 어떻게 밝힐 수 있겠느냐"고 말한 것을 문제삼으며 협상의 잠정 중단을 선언했다. 합의안에 대한 해석차와 상호 신뢰를 문제삼았다.

협상단은 9일 오찬회담을 거쳐 합의안을 발표하고 단일화 방안으로 '국민이 호응하는 경쟁적 방식'이란 원칙에 공감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를 일부 언론이 '국민경선 합의'로 보도하자 통합21 측이 발끈했다. "민주당 측 협상대표인 이호웅 의원이 '국민이 참여하는 방법'이라고 표현해 오해를 낳았다"며 사과를 요구하고, "신뢰가 회복된 후에야 논의를 재개하겠다"고 말했다.

여기에는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려는 전략의 측면이 있지만 근본적인 시각차도 있다.

이호웅 의원이 유감을 표하고, 이해찬 본부장이 "단일화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히는 등 盧후보 측이 진화에 나섰지만, 鄭후보 측은 불신을 거두지 않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鄭후보 측 일각에는 자민련과 민주당 이인제(李仁濟)의원 측, 민주당 탈당파의 '중부권 신당'구성 여부와 민주당 중진들의 추가 탈당을 지켜보자는 목소리도 있다.

김성탁 기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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