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꼬마 마법사와 환상모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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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터지의 계절이 돌아왔다. 연말을 맞아 '해리 포터''반지의 제왕' 등 굵직한 팬터지 영화들이 개봉할 계획이며 이에 맞춰 팬터지 소설도 잇달아 출간되고 있다. 그중 영국 팬터지 문학의 고전이라 일컬어지는 소설 두종이 나왔다.

토끼의 생태를 통해 우정과 모험을 그린 『워터십…』는 1972년 쓰여져 20여개국 언어로 번역된 작품. 영국 환경청 직원이었던 저자가 딸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다 짓게 됐다는 이 소설은 영국도서관협회에서 주는 카네기상과 가디언상을 수상했으며 78년에는 애니메이션으로도 만들어졌다.

소설 속 토끼들은 생각하고 말을 하고 집단을 이루며 살지만, 다른 동물 팬터지 소설처럼 인간 생태를 그대로 복사해 놓은 꾸며낸 이야기가 아니다. 저자는 『토끼의 사생활』이라는 관찰기를 토대로 토끼의 식생활, 무리 짓고 굴을 파는 방법 등 토끼들 사이에 실제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쓰고 있다.

주인공은 인간들의 침입으로 삶터를 잃게된 열한마리 토끼들. 앞일을 예지하는 파이버, 현명한 지도자감 헤이즐, 싸움이라면 자신있는 빅윅 등 주인공 토끼들은 저마다 개성을 지녔다. 이들 토끼가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대장정을 떠나지만 인간들 입장에서 보면 그들이 움직인 거리는 고작 반경 수㎞ 내외다.

토끼들이 나누는 대화 중에는 저자가 만들어놓은 토끼 언어들도 끼어 있다. '흐루두두'는 자동차를 뜻하고, '말리'는 암토끼를 뜻한다고 한다. 이런 재미난 상상력이 책 곳곳에 포진해 있어 읽는 재미를 더한다.

46년 발표된 『작은 백마』는 『해리 포터』의 작가 조앤 롤링이 여덟살 때 읽고 작가가 되기로 마음먹게 만들었다는 작품이다. 그래서인지 『해리 포터』의 설정과 비슷한 부분이 있다. 고아가 된 소녀가 먼 친척 아저씨 집에 살러 왔다가 자신이 마법 세계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된다는 것이다. 유니콘·난장이 등이 나오며 순수하고 어린 주인공의 활약으로 갈등이 해결되고 평화를 얻는다는 설정은 전형적인 팬터지 동화의 계보를 잇는다.

이 책 또한 출간 당시 카네기상을 받았으며 영국 BBC 방송에서 '문에이커'(주인공 마리아가 살게된 친척의 고성 이름)라는 제목으로 드라마로 만들어져 평단과 독자에게서 큰 호응을 얻었다. 『해리 포터』와 비교해서는 사건 전개의 박진감은 떨어지지만 악인이 별로 등장하지 않고, 환상적인 분위기가 더 강조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홍수현 기자

shinn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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