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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억년 전 지구처럼 메탄·질소로 뒤덮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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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메탄이 주성분인 안개로 뒤덮인 오렌지색 '얼음 세상'이 46억년 전 지구가 처음 탄생했을 때의 모습일까.

토성 위성인 타이탄의 대기와 지상의 영상이 지구로 전송돼 왔다. 그 영상에서 과학자들은 원시 지구 대기의 전형을 찾고 있다. 타이탄은 원시 지구 대기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태양계 유일한 위성이다.

호이겐스호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타이탄의 대기 분석용 자료 수집이다. 이번 영상과 자료를 완전히 분석하려면 앞으로도 몇 달이 걸릴지 모른다. 그러나 영상과 일부 자료만 봤을 때 타이탄의 대기는 질소와 풍부한 메탄으로 뒤덮여 있으며, 색깔은 오렌지색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메탄은 생명체의 탄생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유기물질이다. 지구 원시 대기도 이처럼 메탄 등이 많았다는 게 정설이다. 지구의 경우 유기 물질이 가득한 곳에 번개가 치고 화학반응이 일어나 원시 생명체가 탄생했을 것으로 과학자들은 생각하고 있다.

호이겐스호가 보내 온 타이탄의 지표면 영상 중에는 물이나 액체 등이 흘렀을 것으로 추정되는 흔적도 눈에 띈다. 지상 16㎞ 상공에서 찍은 영상에는 가파른 지형에 액체가 흐른 듯한 어두운 강바닥 같은 지형들이 해안선으로 이어져 있다. 호이겐스호가 착륙한 지점으로 보이는 곳은 높은 지대와 홍수로 쓸려나간 듯한 낮은 평원 사이에 해안선 같은 지형이 나타나 있다. 특히 호이겐스 착륙 지점에 물에 젖은 모래가 있지 않나 하는 추정도 나오고 있다.

호이겐스호는 낙하 및 착륙해 총 5시간여 동안 영상을 촬영하고, 대기 자료를 수집하는 등의 임무를 끝으로 그 수명을 다했다.

그러나 호이겐스호의 모선 카시니 탐사선은 앞으로도 4년 정도 더 토성의 궤도를 돌며 토성 위성들을 탐사하게 된다. 카시니는 이 기간에 토성 궤도를 최소 75회 선회하고 이 과정에서 타이탄에 44회 접근한다. 또 타이탄 이외의 다른 위성들도 스쳐 지나면서 중요한 정보를 보내올 예정이다.

카시니호의 탐사 대상은 ▶토성 내부의 온도 ▶토성 고리의 생성 원인 및 고리 색깔의 원천 ▶토성의 추가 위성 존재 여부▶ 토성 위성인 엔셀라더스의 표면 정보▶타이탄의 대양 및 복잡한 유기화합물 추가 존재 여부 등에 관한 정보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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