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대만 첫 직항 전세기 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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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중국과 대만이 분단 56년 만에 사실상의 직항(直航)방식으로 전세기를 운항한다. 중국에 진출한 100만명의 대만 기업인과 가족들의 설 귀향을 돕기 위해서다. 중국 민항총국의 푸자오저우(浦照洲) 홍콩.마카오 판공실 주임과 타이베이(臺北)시 항공운수상업협회 러다신(樂大信)이사장은 15일 마카오에서'춘절(春節.설) 기간 전세기 운항 방식'에 합의했다. 이번 합의는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정부 차원 대화가 단절된 상황에서 대화 재개의 물꼬를 텄다는 평가다.

◆ 한걸음 진전된 운항 방식=양안은 2년 전 춘절 기간 6대의 전세기를 운항했다. 상하이(上海)에서 출발한 여객기가 홍콩.마카오에 착륙한 다음 타이베이로 가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번엔 전세기 운항 방식에 큰 진전이 있었다.

첫째, 운항 노선.기간이 크게 늘어났다. 중국의 베이징.상하이.광저우(廣州)에서 대만의 타이베이.가오슝(高雄) 등 2개 도시를 오가게 된다. 2개 도시만 잇던 노선이 6개 노선으로 확대된 것이다. 양측 항공사들은 오는 29일부터 다음달 20일까지 왕복 48편을 띄운다.

특히 양안의 수도인 베이징~타이베이 노선에 항공기가 왕래하기는 공산정권 수립(1949년) 이후 처음이다.

둘째, 승객이 여객기에서 내릴 필요가 없는 사실상의 직항이다. 양안 정부는 '삼통(通郵.通商.通航)'을 금지하고 있다.

그래서 양안을 왕래하려면 홍콩.마카오.괌 등 제3의 장소에서 비행기를 갈아타야 한다.

그러나 이번엔 여객기가 홍콩.마카오의 영공만 통과하면 돼 귀향객으로선 돈과 시간을 아낄 수 있게 됐다.

셋째, 중국 항공사들이 참여하는 '쌍방향 운항'이 처음 실시된다. 둥팡(東方).난팡(南方).상하이(上海)항공 등 중국의 6개 항공사도 시장 선점 경쟁에 나섰다.

◆ 양안 관계 개선될까=중.대만은 지난해 춘절 때 전세기 운항을 놓고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다. 총통 선거(3월)를 앞둔 천수이볜(陳水扁)총통은 "중.대만은 별개의 국가"라며 정부 간 협상을 요구했다.

이에 중국은 민간 협상으로 맞섰다. 결과는 전세기 운항 중단과 양안 간 무력 대치로 이어졌다. 중국은 오는 3월 '반(反)국가분열법'을 만들어 대만에 대한 무력 행사의 법적 근거를 만들려고 하는 판이다. 전문가들은"양안 간의 대치 분위기를 다소 해소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그러나 대만의 선시탕(瀋錫堂) 단장(淡江)대 교수는"삼통 금지 폐지까지 합의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천 총통이 "대만은 중국의 일부분"이라는 중국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이다

홍콩=이양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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