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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날개 달았다" 아랍권 초긴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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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미국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승리한 데 대해 아랍권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미국의 공격 위협을 받아온 이라크를 비롯한 아랍권은 "미국이 루비콘강을 건넜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AP통신 등 외신들이 7일 보도했다. 선거에 승리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국제사회의 우려와 관계없이 이라크 공격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더욱 커졌기 때문이다.

◇이라크와 아랍권=이라크는 이날 타리크 아지즈 이라크 부총리 명의의 성명을 통해 "미국이 우리를 공격목표로 선언한 데는 중동 전역을 분열시켜 식민체제의 수렁으로 빠뜨리려는 속셈을 깔고 있다"고 비난하고 "아랍권 전체가 대미(對美)항전에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정치분석가 카레드 알-감디는 "부시 행정부가 의회를 완전 장악한 만큼 전쟁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고 분석했다. 요르단 정치평론가 라비브 캄하위도 "중간선거 결과는 이라크에 칼을 빼든 부시 행정부에 날개를 달아준 격"이라며 "미국은 이라크 공격에 이어 대이스라엘 지원도 강화할 것으로 보여 중동 전역에 위기가 고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AP통신은 "중간선거 이후 중동국가 주민들의 여론은 미국이 경제위기로부터 국민의 관심을 돌리고, 중동의 석유를 차지하기 위해 이라크를 치려 한다는 기존의 의심을 더욱 굳히는 분위기"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1990년 이라크의 침공으로 사담 후세인 대통령에 대한 증오가 사무친 쿠웨이트는 중간선거 결과를 적극 환영하고 있다고 통신은 덧붙였다. 쿠웨이트 일간지 알-와탄은 7일 "부시 행정부의 승리는 미국의 이라크 공격이 뜬소문이 아니었음을 확인시켜줬다"며 "이제 우리는 이라크 국민이 구원받을 그 날을 위해 날짜를 세야 할 것"이라고 논평했다.

◇유럽연합·러시아·일본=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와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대변인을 통해 곧 부시 대통령에게 축하의 뜻을 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히 미국의 이라크 공격을 노골적으로 반대해 부시 대통령과 갈등을 빚어온 슈뢰더 독일 총리는 이번 기회를 양국간 긴장해소에 적극 활용할 방침이라고 독일 언론들이 7일 보도했다. 러시아에선 반응이 엇갈렸다. 두마(국회)의원들은 "부시 행정부가 전쟁을 위한 '백지 위임장'을 받았다"고 우려한 반면 러시아 정부는 "미 의회가 친러 정책을 펴온 공화당에 장악된 만큼 러시아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일본 총리는 미국의 이라크 공격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에 대해 "미국은 유엔에서 국제적인 협조를 얻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강찬호 기자, 외신종합

stoncol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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