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다른 그 가게엔 빵빵한 맛이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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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7면

지난 8월 개장한 현대백화점 목동점에는 10개가 넘는 빵집이 들어서 있다. 여러 가지 빵을 함께 취급하는 베이커리도 있지만 대부분은 조각케이크·호두빵·에그타트·베이글·고구마빵 등 단품을 파는 매장이다.

조성민·최진실 부부가 운영하는 '비어드 파파'의 경우 슈크림만 전문으로 취급하는 일본 브랜드다. 주먹보다 작은 빵 하나에 1천5백원으로 기존 빵집의 슈크림보다 비싼 편이다. 그런데도 하루 평균 5백만원의 매출을 올릴 정도로 인기다.

신세계 강남점에도 지난달 '크리스피슈'라는 전문매장이 들어섰다. 고급화를 표방해 설탕을 넣지 않는 대신 계란 함량을 높인 생크림을 즉석에서 만들어 판다.

조각케이크도 대표적인 인기 품목이다. 현대·신세계백화점에 매장을 연 '아루'는 일본풍 조각케이크를 손으로 만든다. 케이크를 하나 만드는 데 두 시간 넘게 걸릴 때도 있지만 맛이 훨씬 부드럽다는 게 업체 측의 설명이다. 한 조각이 설렁탕 한 그릇 값에 맞먹는 4천원선이지만 신세계 강남점에서만 하루에 2백개 이상 판매되고 있다.

최근에는 밀가루 반죽에 카레를 입혀 튀겨먹는 카레빵도 도입됐다.

신세계 관계자는 "일본식 빵은 미각뿐 아니라 아기자기하게 멋을 부려 시각까지 만족시키는 것이 특징"이라며 "최근의 경향인 단품화와도 맞아떨어져 제빵 유학파들도 일본을 선호하고 있다"고 말했다.

입맛의 변화를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품목은 '깨찰빵'이다. 열대지방에서 자라는 고구마과 줄기식물에서 추출한 타피오카 전분으로 만든 깨찰빵은 최근 모든 베이커리에서 판매 1위 품목으로 꼽히고 있다.

신세대는 물론 타피오카 전분에 노화방지 성분이 들어 있다고 해 중장년층에게도 인기가 있다. 공룡알처럼 생겼다고 해서 공룡알 빵이라고 한다. 현재 현대백화점 내 호텔신라 베이커리의 하루 매출액 중 20%가 이 빵 차지다.

할인점에선 깨찰빵을 처음으로 판매한 까르푸 야탑매장에서도 단일 품목으로 전체 빵 매출액의 15%를 점유하고 있는 대표상품이다.

독일식의 나무테 모양 케이크인 '바움쿠헨'도 최근 등장하고 있는 단품 메뉴다.

전문 베이커리의 인기를 업고 최근에는 건설회사인 현대산업개발이 쿠키전문점 '미세스 필드' 매장을 열기도 했다.

전문매장 증가로 백화점에서 빵 매장의 비중도 커지고 있다. 신세계 강남점의 경우 전체 식품매장의 매출에서 빵류가 차지하는 비중이 최근 20%대에 이르고 있다.

삼성테스코 할인점 홈플러스에서 베이커리 부문을 맡고 있는 황석 과장은 "빵은 쇼트닝이나 마가린을 쓰던 것에서 버터크림 빵·생크림·쉬퐁케이크·무스케이크 등 부드러운 종류로 유행이 변했다"며 "소비자들의 입맛이 까다로워지면서 부드럽고 달지 않아 건강에 좋은 빵을 선호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호텔 베이커리도 약진하고 있다. 신세계 강남점 식품관 '달로와요'매장에는 오후만 되면 빵을 사려는 고객들이 몰려 긴 줄로 늘어선다. 조선호텔이 운영하는 이 매장의 프랑스 본점은 다이애나 왕세자비·영화배우 알랭 들롱 등이 단골이었다고 한다.

신세계 관계자는 "다른 브랜드보다 가격이 비싼 편이지만 하루 매출이 1천5백만원을 넘을 정도로 인기"라고 말했다.

조선호텔 베이커리의 대중적인 브랜드로 할인점 등에 들어가 있는 '데이 앤 데이'도 매출액이 매년 40% 이상 신장할 정도로 인기다.

조선호텔 관계자는 "현재 55개인 직영점을 오는 2005년까지 85개로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호텔 베이커리가 손님을 이끄는 효자 매장으로 부각되면서 진출 범위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

신라호텔 베이커리도 기존 현대백화점 압구정점·삼성플라자 분당점에 이어 현대백화점 미아점·목동점에도 진출했다. 올 8월 '베즐리' 1호점을 낸 현대호텔도 백화점을 중심으로 매장을 계속 확대할 계획이다.

조민근 기자 jming@joongang.co.kr

빵이 변신 중이다. 소득수준이 높아지고 식(食)문화가 바뀌면서 빵 시장도 점차 커지고 세분화하고 있다. 식빵·과자·케이크 등 수십종을 함께 취급하는 베이커리 대신 특색있는 한 종류의 빵만 취급하는 브랜드가 우후죽순처럼 늘고 있다. 크림빵·곰보빵 등이 추억 속으로 밀려나고 깨찰빵·바움쿠헨·카레빵 등 이국적 빵들이 진열대의 가운데 자리를 차지하기 시작했다. 고급화·전문화 추세에 따라 호텔 베이커리도 점포수를 크게 늘리는 등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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