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구치소서 죽는 꼴 보고 싶나요” 48세 판사가 70세 노인에게 막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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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최근 법정에서 막말 논란으로 물의를 빚었던 서울 북부지방법원의 A판사(48)가 조정 과정에서 70대 노인에게도 막말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국가인권위원회는 A판사가 지난 1월 서울고등법원 근무 당시 조정 절차에 참고인으로 출석한 신모(70·여)씨에게 폭언을 해 해당 판사에게 주의조치를 내릴 것을 권고했다고 10일 밝혔다.

신씨의 딸은 호흡기 장애가 있는 1급 장애인으로 부동산과 관련한 금전 문제로 민·형사 소송을 진행하고 있었다.

인권위에 따르면 참고인으로 출석한 신씨가 합의안을 거절하자 A판사는 “딸이 아픈가본데 구치소 있다 죽어나오는 꼴을 보고싶으십니까. 아픈 사람들 구치소 들어가 죽어나오는 게 한둘이 아니거든요”라며 강압적인 태도를 보였다는 것이다.

또 “아니 왜 말귀를 못 알아들어요? 귀가 안 좋네”라며 인신공격에 가까운 발언을 하기도 했다. 신씨의 손녀인 이모(24)씨에게도 “엄마가 구치소에서 죽어나오는 꼴 보고 싶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씨는 판사의 폭언으로 가족이 상처를 입었다며 지난 2월 인권위에 진정을 냈다.

A판사는 인권위 조사에서 “진정인 측이 합의안을 거절해 답답한 나머지 재설득하는 과정에서 그런 요지의 발언을 하게 된 것 같으나 강압적 태도로 합의를 종용하거나 인신공격할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는 “오히려 진정인을 위해 예상되는 불이익을 적나라하게 표현해 최선의 선택을 하도록 할 의도였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인권위는 “좋은 의도였다고 할지라도 사회통념상 70세 노모에게 해서는 안 될 표현이며, 장애인의 가족 앞에서 부적절한 발언이었다”고 판단했다. 진정인 및 그 가족의 인격권을 침해한 행위라는 것이다.

A판사는 지난달 조정 과정에서 참고인으로 출석한 박모(57·여)씨에게 “이혼한 사람은 말하지 마. 이혼했잖아. 말할 권리 없어”라고 말하는 등 재판에서 반말을 해 논란이 된 적이 있었다. 박씨의 딸인 최모(34)씨는 이에 모욕감을 느꼈다며 인권위 홈페이지에 민원 글을 올렸다. 당시 법원은 “담당 판사가 일부 평어를 사용해 당사자를 설득한 바는 있으나 막말을 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김효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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