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려라 공부] 경희대 입학사정관 전형 캠프 들여다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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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대 네오르네상스전형 캠프에 참여한 경영학부 응시생들이 창의적 문제해결 프로젝트 발표에 대해 토의하고 있다. [김진원 기자]

경희대가 지난달 28~29일 1박2일 동안 경기도 남양주시 평화복지대학원에서 전국 인문계열 고3 수험생 157명(자연계열은 지난달 22~23일 58명)을 대상으로 ‘네오르네상스전형 예비발굴인재 잠재력 향상 캠프’를 열었다. 관찰·평가 방식을 처음으로 도입한 입학사정관 전형 캠프다. 교수와 사정관이 그림자처럼 곁에서 수험생의 말과 행동을 보고 평가하는 방식이다.

글=박정식 기자
사진=김진원 기자

토론으로 인문·과학 조화 능력 평가

“두 사람의 DNA가 같아도 환경이 다르면 성격도 달라진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의 성격을 생물학적으로 접근할 순 없습니다.” 28일 오후 8시30분 평화복지대학원 103호 강의실. 국어국문학·사학·철학 전공을 지원한 12명이 한 조가 돼 ‘자연과학과 인간의 존재’를 주제로 갑론을박을 주고받았다. 나머지 13개 강의실에서도 지원전공(학부)별로 학생들이 모여 같은 주제로 토론을 벌였다. 학생들은 캠프에 참여하기 전 경희대가 지정한 토론용 도서(『대담』『소유나 존재냐』)를 읽었다. 평가관인 유원준 교수입학사정관은 “문과와 이과로 나누던 기존의 기능주의 시각에서 벗어나 인문학과 과학의 통섭 능력을 길러야 할 때”라며 토론평가의 취지를 설명했다.

대학 수업방식 적용 학업수행능력 판별

캠프 프로그램은 강의 청취, 토론·토의, 발표 등 대학 수업방식으로 구성됐다. 학업 이수에 필요한 이해력·독해력·의사소통능력·협동심 등을 평가하기 위해서다. 독서토론에 앞서 오후엔 경희대 교수들의 강의가 있었다. 학생들은 전공 관련 지정 강의를 듣고, 강의에 대한 내용과 비평을 서술하는 답안지를 작성했다. 이 답안지는 강의한 교수들이 채점했다. 일종의 논술고사인 셈이다. 김다솜(부산 해운대여고 3)양은 “수능시험 준비에만 치중하다보니, 이런 방식의 심층면접이 생소했다”며 "이번 경험이 앞으로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튿날에는 창의적 문제 해결을 위한 조별 프로젝트가 진행됐다. ‘국제 평화’를 표어로 삼고 있는 경희대의 인재상을 반영해 ‘세계 평화를 위해’라는 주제의 과제가 제시됐다. 학생들은 지원 전공과 연결시켜 상황극·역할극·TV토론·뉴스·동영상·합창 등 다양한 형식의 결과물을 선보였다. 관광학부로 구성된 13조는 북한 흙 판매·땅굴 관람 평화관광상품 마련을, 10조 경영학부는 선진국으로부터 세계 세금을 거둬 가난한 나라의 복지 조성에 쓰자고 발표해 관심을 끌었다.

리더십, 역할수행 능력 등 다각도로 평가

참가자들은 내신성적 2.5등급 이내, 리더십(학생임원)·봉사활동·영어사용능력 우수 등의 선별 기준으로 전국 고교에서 학교장·교사 추천을 받았다. 이어 경희대가 위촉한 전국진학협의회 소속 교사 106명이 지역별로 학생들을 찾아가 서류내용의 사실성, 특기·적성과 학업의지, 교육환경 등을 점검했다.

이번 캠프엔 서울·경기·인천 지역 학생은 제외했다. 경희대 강제상 입학처장은 “지방 학생들에게 보다 많은 기회를 주기 위해서”라며 “학교적응력, 잠재력 등 시험점수엔 나타나지 않는 능력을 찾는 데 초점을 뒀다”고 캠프의 목적을 설명했다. 가공되지 않은 원석을 찾겠다는 의도다. 임진택 책임입학사정관은 “창의적 문제해결능력과 주도적 협동심의 수준을 5단계로 평가했다”고 말했다. 이어 “의견을 종합하고 이끄는 리더십, 아이디어 기획·제안 능력, 팀 속에서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는 능력 등을 다각도로 평가해 교사들의 면접내용과 종합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경희대는 이번 캠프 참가자 중 최종 합격과 (인문 22명, 자연 8명) 4배수를 선발해 네오르네상스 전형 지원자격을 부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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