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10대들의 인터넷방송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10대들이 무슨 게임을 좋아하는지 알아봅시다. "

"그럼 이번 기획은 문화팀이 맡는 게 어떨까?"

매주 토요일이면 성남시 청소년수련관 디지털영상 편집실은 방송사 못지 않게 부산해진다. 미래의 기자와 PD를 꿈꾸는 성남·분당의 고등학생들이 모여 진지한 표정으로 취재 내용과 방향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인다.

이들은 성남 청소년수련관이 지난달 12일 개국한 '참TV 인터넷방송국(http://www. chamtv. com)'의 학생기자들. 청소년들의 고민과 생각을 스스로의 눈높이에서 다루자는 취지를 가진 이 방송국에 면접과 실기시험을 거쳐 들어왔다.

38명의 학생 기자들과 1백여명의 온라인 기자들이 활동하고 있는 '참TV 인터넷방송'의 모든 기사는 기획 단계부터 학생 기자들이 참여해 만든다.

격주마다 열리는 기획회의에서 취재 대상이 정해지면 3∼4명이 한팀이 돼 현장에 출동한다. 영상물을 편집하고 홈페이지에 올리는 것도 학생 기자들의 몫이다. 이러한 노력으로 개국한 지 한달이 안됐지만 40여편의 기획물을 제작했다.

방송국 단장을 맡고 있는 김민향(17·불곡고2)양도 요즘 뮤직비디오에 대한 길거리 인터뷰를 하느라 정신이 없다.

7∼8분짜리 내용이지만 인터뷰만 세시간을 넘게 했다. 학교신문 기자로도 활동하는 金양은 "취재를 마치면 녹초가 되곤 하지만 좋아하는 일을 마음껏 할 수 있어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들은 기획물만 방송하는 게 아니다. 청소년 행사나 게임 정보 등 뉴스가 있으면 곧바로 인터넷에 올린다.

학생들은 방송을 하면서 자신도 몰랐던 또 다른 '나'를 발견하곤 한다. 뉴스팀장인 김민우(17·송림고2)군은 방송에 참여하면서 앞으로의 진로를 방송·영상 분야로 틀었다. 金군은 "방송을 직접 부딪쳐보니 이렇게 재미있는지 몰랐다"며 "대학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한 뒤 다큐멘터리 전문 PD로 이름을 날리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학생들의 목표는 오는 18일에 열리는 대한민국 청소년 미디어대전에서 대상을 받는 것이다.

시작한 지는 얼마 안됐지만 청소년들의 진솔한 생각을 담아낼 수만 있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청소년수련관 방송팀장 오영애(31·여)씨는 "청소년들에게 직접 미디어 제작을 맡겨 또래 세대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전달하도록 하고 있다"며 "이를 위해 전·현직 언론인으로 구성된 자문위원단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해용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