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청 공무원 93% 결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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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사상 초유의 공직자 집단 연가사태가 빚어진 4일 전국 상당수 지자체들이 큰 혼란을 겪었다.

이번 사태를 주도한 가칭 전국공무원노조의 세력이 강한 경남도와 울산시, 경북 안동시의 경우 민원실 직원만 자리를 지키는 등 거의 모든 사무실에는 계장급 이상 간부들만 자리를 지켜 개점 휴업상태였다.

그러나 노조에 가입하지 않고 기존의 공무원직장협의회(공직협)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충청 등지에서는 평소와 다름없는 모습이었다.

○…전체 공무원의 40% 가량인 5천5백여명(경찰 집계)이 출근하지 않은 경남도내 지자체들은 민원실을 제외한 거의 모든 부서의 업무가 차질을 빚었다.

도청의 경우 소속 공무원 5백82명 중 93%인 5백40명이 결근, 대부분의 사무실은 계장급 이상 2∼3명만 자리를 지키는 썰렁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민원실 담당 공무원들은 정상 출근해 민원인들의 직접적인 불편은 없었다.

집단연가를 낸 공무원 가운데 상당수는 상경투쟁 대신 이날 오후 함안·창원·김해·진주 등 도내 14곳의 과수원과 논 등을 찾아 농촌일손돕기 활동을 벌였다.

○…대구·경북지역에서 집단연가 신청서를 제출한 5백여명 가운데 3백80명이 소속된 안동시청의 경우 4일 하루종일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공무원노조 소속 공무원들은 이날 오전 출근과 동시에 무더기로 연가신청을 냈지만 부서장들이 접수를 거부해 한때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한편 시 당국도 이 날을 '영농지원의 날'로 지정, 2백80여명(본청 직원의 56%)을 사과따기 작업에 동원해 대다수 부서에서 정상적인 업무가 이뤄지지 않았다.

민원인 權모(38·안동시 풍산면)씨는 "주택 신축에 대한 문의를 위해 시청을 찾았는데 담당자가 출장 중이어서 설명을 듣지 못했다"며 발길을 돌렸다.

○…부산지역의 경우 공무원 연가투쟁으로 4일 2천여명의 직원들이 연가에 들어갔으며 구청별로도 7급 이하 하위직 공무원 상당수가 자리를 비웠다.

이에 따라 6일 대입 수능시험을 앞두고 4일부터 예정된 수험생 수송대책과 수험장 인근 공사장 점검업무 등이 차질을 빚었다.

모 구청의 경우 관내 8개 수험장에서 수능시험이 실시될 예정이나 구청 차원의 수험생 수송대책 마련에 어려움을 겪었으며, 4일부터 예정된 수험장 주변의 소음방지를 위한 계도활동도 원활히 이뤄지지 않았다.

○…이갑용 전 민주노총 의장이 구청장을 맡고 있는 울산 동구청의 경우, 6급 이하 4백38명 중 2백52명이 집단연가를 신청, 이중 민원부서 요원을 제외한 2백37명이 연가를 허가받았다. 현대자동차 노조위원장이었던 이상범씨가 구청장인 울산 북구청도 신청자 1백86명 가운데 1백11명을 연가처리했다.

이갑용 울산 동구청장은 "자신들의 권리를 찾기 위해 불이익을 감수하면서 연가 신청을 하는 것까지 막을 명분이 없었다"고 말했다.

전국팀 citiz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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