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군대 보유 不可' 족쇄 푸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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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일본 국회 산하 헌법조사회가 지난 1일 헌법 개정에 관한 중간보고서를 내놓았다.

전쟁을 부정하고 군대 보유를 금지한 일본의 현행 평화헌법 제9조 등 핵심 조항에 대해 국회가 각 정파의 의견을 정리한 최초의 공식보고서라는 점에서 보고서는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보고서는 개헌을 직접 권유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9조 개정 문제에 많은 양을 할애함으로써 개헌의 필요성과 당위성을 사실상 인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개헌파는 이로 인해 상당히 고무된 표정이다. 개헌론자인 야마사키 다쿠(山崎拓) 자민당 간사장은 2일 "개정해야 할 헌법 항목이 분명해진 만큼 다음 총선 때까지 당의 입장을 확정하겠다"고 밝혔다.

◇중간보고서=헌법조사회는 2000년 1월부터 공청회 등을 통한 여론 수렴 절차를 거쳐 7백6쪽 분량의 방대한 보고서를 국회의장에게 제출했다.

보고서는 헌법 9조를 그대로 두고 해석을 통해 자위대의 국제협력활동을 확대하는 것은 문제가 많기 때문에 자위대와 집단적 자위권을 헌법으로 인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이 압도적으로 많았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최종보고서는 2005년에 나올 예정이지만 개헌의 당위성은 최종보고서에서 더욱 강조될 전망이다.

헌법조사회는 초당파로 구성됐지만 개헌론자로 알려진 나카야마 다로(中山太郞) 자민당 의원이 회장을 맡고 있다. 사민당·공산당 등 호헌파는 "개헌에 유리한 쪽으로 편향된 중간보고서가 만들어졌다"고 비판했다.

◇자민당은 개헌 지지=자민당 대다수 의원과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자유당(야당) 당수는 개헌에 찬성하고 있다.

시대변화에 맞춰 9조를 개정하고, 환경권·사생활 보호 등 새로운 내용을 추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미야자와 기이치(宮澤喜一) 전 총리, 노나카 히로무(野中廣務) 전 간사장 등 일부 자민당 인사들은 "젊은 의원들은 전쟁의 아픔을 모른다"며 개헌에 유보적인 입장이지만 소수에 불과하다.

◇정계개편 가능성도=관건은 연립여당인 공명당과 제1야당인 민주당이다. 공명당은 2일 당대회에서 '9조는 현재 조항대로 두고, 환경권 등 새로운 내용만 추가한다'는 '가헌(加憲)론'을 펼치기로 입장을 정리했다.

민주당은 지난 7월 "개헌한다"는 원칙은 정했지만 구체적 내용에 대해선 당내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당수는 9조의 개정에 찬성하지만 간 나오토(管直人) 전 간사장은 유보적이다.

아사히(朝日)신문은 "정당 간, 정치인 간에 개헌에 관한 시각차가 워낙 커 앞으로 개헌 문제를 둘러싸고 정계개편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도쿄=오대영 특파원

day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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