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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령 ; 007에 대해 최대한 알아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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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보기

09면

비틀스·해리 포터 등과 더불어 영국인들의 문화적 자존심의 상징인 007 시리즈. 1962년 '닥터 노'로 출발한 이 시리즈의 탄생 40주년을 맞아 런던 사이언스 뮤지엄에서 기념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지난달 16일 개막한 이 전시회는 내년 3월까지 계속되며 세계 순회전으로 이어진다.

초·중·고생들의 가을방학과 겹치면서 주말 사흘간은 아예 표를 구할 수 없을 정도다. 성인 입장료가 우리 돈으로 따져 1만6천원이 넘는 '비싼' 전시회임에도 불구하고 자녀를 동반한 부모 관람객이 끊이지 않는다.

전시장 입구부터 007 영화의 트레이드 마크라 할 수 있는 총구 모형으로 장식돼 분위기를 돋운다. 어딘지 긴박하고 조여드는 듯한 스파이 영화다운 '체험'을 중요시한 점이 이 전시의 특징이다. 관람객은 입장과 동시에 첩보원 카드를 발급받는다. 이어 본드의 상관 M의 사무실에 들어가 임무를 지시받는다. "007에 대한 좀 더 많은 정보를 알아내라." 그리고는 각종 신기한 장비들로 가득한 무기개발자 Q의 작업실에 들러 설명을 듣는 식이다.

전시회의 주된 메뉴는 소품·의상, 그리고 영화 포스터·스토리 보드·본드걸의 사진 등이다. '골드핑거'(64년)에 나왔던 오드잡의 살상용 모자를 비롯해 시계·소형 녹음기·나이프·비밀 가방 등 영화에서 실제로 사용됐던 소품을 보는 것은 007 팬들에게 크나큰 즐거움이다.

관람객들의 발길이 가장 잦은 코너는 본드의 애마(愛馬)인 애스턴 마틴 뱅퀴시. 이달 개봉하는 스무번째 시리즈 '007 어나더 데이'에 등장하는 자동차다. 롤렉스·세이코·스와치·오메가 등으로 계보를 이어온 손목시계와 더불어 본드의 패션 감각을 읽을 수 있는 대표적 소품이다. 어린이 관객들은 자신의 발걸음을 추적·촬영하는 몰래 카메라를 내장한 개 모형 앞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지나간 007 시리즈를 보지 못한 어린이들에게 이 전시회는 중요한 '대중문화 학습장'이 된 듯 싶다.

런던=기선민 기자 murph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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