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vs‘친이 6룡’… MB, 차기 무한경쟁 불붙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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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의 ‘친이명박계’ 핵심 인사가 최근 밝힌 한나라당의 정권 재창출 시나리오다. 2012년 대선에서 한나라당의 재집권 가능성을 높이려면 ‘박근혜 전 대표의 독주체제’보다는 ‘엎치락뒤치락하는 경쟁구조’가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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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관계자는 야권과 한나라당의 상황을 대비시켰다. 야권엔 특출한 주자는 없지만, 차기를 꿈꾸는 자원들은 넘쳐난다. 당 대표를 지낸 정세균·손학규·정동영씨 외에 신진 도지사 그룹(김두관 경남지사, 이광재 강원지사, 안희정 충남지사),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까지 군웅할거(群雄割據)하고 있는 양상이다.

반면 한나라당에선 박 전 대표의 독주체제가 공고하다. 이명박 대통령의 오랜 측근인 이 관계자는 “이 대통령도 정권 재창출을 위해선 한나라당 내부 경쟁이 더 치열해져야 한다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해 왔다”며 “이 대통령은 이런 생각에서 정운찬 총리를 임명했고, 지난달 청와대 개편과 8·8 개각도 그런 맥락에서 이뤄졌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사람을 쓰는 방식은 집권 3년을 거치면서 변화를 보였다. 한승수 초대 총리나 류우익 초대 대통령실장, 그리고 후임인 정정길 전 대통령실장은 정치적 색채가 없는 인물이었다. ‘개성’보다는 ‘조화’가, ‘정치’보다는 ‘일’이 강조된 인사였다. 하지만 지난해 9월 정 총리를 기용할 때부터는 인사의 의도가 달라졌다. 이 대통령은 여야를 넘나들며 잠재적 대권후보로 거론돼 온 정 총리를 ‘중도실용주의 총리’로 발탁했다. 이 대통령은 2007년 대선 전 사석에서 “정운찬씨와는 가까워질 기회가 별로 없었다”고 했다. 그런 이 대통령이었지만 정 총리가 차기 대선 주자로 일단 테스트할 만한 카드라는 판단이 서자 거침없이 정 총리를 기용했다는 게 몇몇 측근들의 설명이다.

이 대통령은 6월 지방선거 직후 ‘세대교체론’을 화두로 던지고 나서 한 달 간격으로 54세의 대통령실장과 48세의 총리를 파격적으로 발탁했다. 그로 인해 ‘합리적인 3선 정책통’(임태희), ‘정치적 야망이 있는 지방행정가’(김태호)라는 평을 듣던 두 사람은 하루아침에 여권 차기 주자급으로 위상이 올라갔다. 이 대통령은 이재오 의원에게도 ‘MB의 측근 이재오’가 아니라 이 의원 스스로 정치적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공간(특임장관)을 열어줬다.

친이계는 “박 전 대표에 대항할 수 있는 사람들의 폭이 커졌다”며 반기고 있다. 김문수 경기지사와 김태호 총리 후보자, 임태희 대통령실장, 이재오 특임장관 후보자, 정몽준 전 대표 외에 친이계 색채가 상대적으로 엷은 오세훈 서울시장까지 포함해 이른바 ‘친이계 6룡’이 생겨났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청와대 관계자들은 이런 분석을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박 전 대표 측을 의식하기 때문이다. 한 고위 관계자는 “차기 대선과 관련해 당의 경쟁력이 높아졌으면 하는 게 이 대통령의 희망”이라며 “박 전 대표를 배제하려 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이 대통령이 김태호 총리 후보자나 이재오 특임장관 후보자, 임태희 실장 등에게 클 수 있는 기회를 준 셈이나 결실은 어디까지나 스스로의 노력을 통해 얻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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