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훈련 끝나자마자 북 해안포 도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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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북한군이 9일 오후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향해 130여 발의 해안포를 발사한 가운데 수 발이 NLL 남쪽 백령도 인근 해상에 떨어진 것으로 관측돼 파장이 예상된다. 포탄이 해상분계선인 NLL을 넘으면 명백한 도발 행위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지난 1월 서해 백령도·대청도와 연평도 북쪽의 NLL을 향해 해안포 400여 발을 사격했지만 포탄이 NLL을 넘어 우리 해상에 떨어지지는 않았다. 북한은 NLL을 인정하지 않고 백령도·연평도 등 서해 5도 이남까지를 자신의 해상분계선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만큼 추가 도발도 우려되고 있다.

북한이 9일 서해 북방한계선(NLL) 해상을 향해 해안포 130여 발을 발사했다. 사진은 최근 백령도 심청각에서 관측된 북한 장산곶의 해안포 진지(흰 점선 원). [연합뉴스]

군 당국은 일단 대응 사격을 자제하면서 비상 경계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군은 북한군이 이날 오후 해안포 사격을 시작하자 전례없이 강도 높은 내용의 경고방송을 했다. 북한군 측이 청취할 수 있는 무선방송을 통해 “(사격을) 중단하지 않을 시 응분의 대가를 치를 수 있음을 명백히 경고한다”고 북측에 밝혔다.

군 당국은 현재 북한의 해안포 포탄이 우리 영해를 넘어온 경위를 집중 분석 중이다. 북한이 의도적으로 해안포를 NLL 너머 우리 해역으로 쏠 경우 북한의 해안포에 대해 직접 사격하는 방안도 대응조치에 포함돼서다. 우리 군이 북한군 해안포 진지를 타격할 경우 북측의 추가 대응으로 확전될 소지도 없지 않다.

북한의 해안포 사격은 이날 끝난 한국군 단독의 서해 합동해상훈련에 대한 대응조치로 보인다. 우리 군이 지난 5일부터 닷새 일정으로 육·해·공군과 해병대 및 해경까지 참가한 합동 해상훈련을 서해에서 강도 높게 실시한 데 따른 북한의 반격일 수 있다. 우리 측 해상훈련은 지난 3월 북한군 잠수정의 피격을 받아 침몰한 천안함 사건에 대한 일종의 무력시위이자 대비 태세 점검 차원이었다.

북한군의 대응은 우리 측 해상훈련이 시작될 때부터 어느 정도 예견됐다. 지난 3일 ‘전선서부지구사령부’가 통고문을 통해 “강력한 물리적 대응타격으로 진압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기 때문이다. 서해 훈련이 시작된 5일에는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가 “예상을 초월한 가장 위력한 전법과 타격수단으로 도발자들과 아성을 짓뭉개 놓을 것”이라고 위협했다. 북한은 이날 훈련에 참가한 우리 육·해·공군과 해병대 전력이 부대로 복귀하는 와중에 해안포를 대량으로 사격했다. 북한이 해안포를 사격한 시간은 이날 오후 5시30분~6시14분이었다. 우리 측 해상훈련이 종료된 5시 직후였다. 이번 해상훈련 동안 우리 군은 백령도와 연평도에 배치된 K-9 자주포 등으로 실제 사격을 실시했지만 북한 해역을 향해 발사하지는 않았다.

◆북한 해안포=북한은 서해 NLL 인근 북측 지역 해안과 섬 등에 해안포 1000여 문을 배치한 것으로 군은 파악하고 있다. 백령도 인근 장산곶과 옹진반도, 연평도 근처 강령반도의 해안가와 기린도와 월래도·대수압도 등에 해안포 900여 문을 배치해 놓았으며, 군항인 해주항 일원에만 100여 문을 집중적으로 깔아놨다.

해안포는 사거리 27㎞의 130㎜, 사거리 12㎞의 76.2㎜가 대표적이며 일부 지역에는 사거리 27㎞의 152㎜ 야포가 배치돼 있다. 또 사거리 83~95㎞에 이르는 샘릿, 실크웜 지대함 미사일도 NLL 북쪽 해안가에 다수 설치됐다. 백령도와 장산곶의 거리가 17㎞이고 76.2㎜ 해안포(사거리 12㎞)가 배치된 월래도까지는 12㎞에 불과하다. 연평도와 북한 강령반도 앞바다에 있는 섬까지는 13㎞ 거리다. 백령도와 연평도가 해안포의 타격권 내에 있는 것이다.

김민석 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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