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바닥 폭격 맞은 듯 … 20대 여성은 다리 크게 다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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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후 4시55분 서울 성동구 행당동 한진아파트 앞 도로. 신호대기 중이던 CNG(압축천연가스) 시내버스에서 갑자기 ‘펑’하는 폭음이 났다. 버스 하단 중심부가 폭발한 것이다. 폭발의 충격으로 길가 상점과 버스 근처에 있던 차들의 유리창이 부서졌다. 승객들은 피를 흘리며 버스에서 빠져나왔다. 뒷좌석에 탄 사람들은 창문으로 뛰어내리기도 했다. 운전기사 송모(53)씨가 운전하던 이 버스는 행당동에서 무학여중 방향으로 주행 중이었다.

9일 오후 서울 행당동 행당역 주변에서 운행 중이던 천연가스(CNG) 시내버스가 폭발해 승객 등 17명이 중경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은 폭발한 버스의 내부 모습. [연합뉴스]

승객 12명과 행인 5명 등 17명의 부상자는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 승객 이모(28·여)씨는 다리 부분을 심하게 다쳤다. 버스가 견인되고 난 도로 위에는 유리조각과 핏자국, 벗겨진 운동화, 검게 탄 면장갑 등이 나뒹굴었다. 사고 현장을 목격한 이현식(47)씨는 “길 건너편인 이쪽까지 가스냄새가 강하게 났다. 버스가 폭발하면서 옆에 정차해 있던 차들의 유리창이 부서졌고 트럭 운전사가 머리에 피를 흘리며 걸어나왔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현장에 출동한 행당소방서 이한우 소방장은 “의식을 잃은 여성 한 명 빼고 다른 승객들은 전부 밖으로 빠져나와 있었다. 쓰러져 있는 여성은 발목이 다 드러나 있었고 얼굴에 검은 재가 덮여 있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버스에 장착된 8개의 CNG용기 중 운전석 바로 밑의 1번 용기가 폭발해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소방방재본부 관계자는 “ 사고 원인을 밝히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고 말했다.

사고 버스회사 관계자도 “앞으로 시민 안전을 위해서라도 국립과학수사연구소·가스안전공사 등이 공동으로 정확한 사고 원인을 밝혀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전의 사고는 가스 충전 중 발생한 경우가 많아 승객의 피해는 거의 없었다. 서울시에서, 그것도 승객들을 태운 CNG버스가 폭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식경제부는 이날 전국 도시가스충전소에 충전 때 최고 압력을 현행 207㎏/㎠보다 10% 정도 낮추라고 긴급 지시했다.

사고 원인에 대해 여러 추측이 제기되고 있다. 폭염이 원인일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예전 사고를 보면 여름이 아닌 겨울철에 발생한 경우도 있다.

황오주 서울시 천연가스차량팀장은 “폭발이 날씨와 상관은 없다고 본다. 사고 원인은 조사해봐야 알겠지만 용기 결함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2002년 도입 후 8차례 폭발 사고=CNG버스는 기본적으로 안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료 용기는 강철이나 알루미늄 재질로 700도의 고열에도 견디고 30m 이상의 높이에서 떨어뜨려도 깨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동안 전국에서 7차례의 폭발 사고가 있었다. 대부분 용기 결함이 원인으로 판정 났다.

2007년 12월 경기도 구리시에서 달리던 시내버스의 CNG 연료필터에서 가스가 누출돼 화재가 발생하면서 CNG용기가 폭발했다. 원인은 버스에 탑재돼 있는 CNG용기 가운데 일부가 고압을 견디지 못해 폭발한 것이다. 지식경제부는 용기 결함을 인정해 지난해 2월까지 모두 1만4613개의 CNG용기를 회수 또는 폐기했다.

심새롬·박정언 기자

CNG버스 사고 일지

▶ 2005년 1월, 8월= CNG용기 고압 견디지 못하고 폭발, 같은 기간에 생산된 CNG 용기 4805개 회수

▶ 2007년 12월 20일=경기도 구리 북부간선도로에서 주행 중 폭발, 전국의 CNG 용기 일제 조사

▶2008년 7월 12일= 청주 충전소에서 CNG 용기 폭발

8월=2005년 2월 이전 생산 CNG 용기 9200개 리콜

▶2009년 7월 7일= 익산 충전소에서 CNG 용기 폭발

▶ 2010년 8월 9일=서울 행당동에서 운행 중 폭발

☞◆CNG(Compressed Natural Gas·압축천연가스) 버스=환경오염을 최소화하기 위해 청정연료인 천연가스를 사용하는 친환경 버스. 매연이 전혀 발생하지 않으며 오존 유발 물질 배출도 경유 버스에 비해 70% 이상 줄어든다. 우리나라는 2002년 도시의 대기질을 개선하기 위해 도입돼 현재 전국적으로 2만여 대가 운행 중이다. 정부는 2012년까지 CNG 버스 보급률을 90%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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