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삼 대량 증식 길 열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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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산삼을 대량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한 청주의 벤처기업이 바이오 산업계의 주목을 끌고 있다.

지난해 4월 충북대 원예학과 백기엽(白基燁·51·사진)교수가 연구원 12명과 함께 대학 부설 첨단원예기술개발센터 내에 설립한 CBN바이오텍은 지난 9월 25일∼10월 24일 충북 청주에서 열린 '2002 오송국제바이오엑스포'에서 투자자들의 관심을 모았다.

이 회사는 조직 배양기법을 응용해 산삼을 짧은 시간 내에 대량으로 증식하는 기술을 개발, 현재 배양 산삼을 화장품 원료로 납품 중이다.

쥐를 대상으로 한 무독성 시험은 통과했으며, 개를 대상으로 한 실험 데이터가 완성되는 올 12월 이후에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부터 건강 보조식품 승인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이 회사가 생산하는 산삼은 자연산과는 달리 잎과 줄기가 없이 뿌리만 있는, 이른바 부정근(不定根)이지만 성분은 자연산과 똑같다는 것.

진짜 산삼의 뿌리를 떼어내 조직배양한 뒤 형성된 세포 덩어리에서 옥수수 수염 정도 굵기의 실뿌리를 계속 발생시키는 게 핵심기술이다. 자연산 실뿌리 20g만 있으면 약 40일 만에 2㎏ 정도로 증식시킬 수 있다고 白교수는 설명했다.

이 기술 덕분에 이 회사는 오송 엑스포 기간 중 열린 기업 설명회에서 국내 창투사 등으로부터 40억원대의 투자를 유치했으며, 술 등 응용제품의 공동개발과 판매제휴 요청을 받았다.

현재 생산시설은 특수 제작한 '생물반응기' 4기(용량 1t짜리 2기, 5백ℓ짜리 2기)가 전부지만 앞으로 오창과학산업단지 내 2천평의 부지에 용량 40t 규모의 반응기를 갖춘 공장을 지어 대량생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白교수는 "세포배양 기술로 인삼을 증식시킬 수도 있지만 조직배양 기술은 이보다 변이가 적어 훨씬 안정적이라는 장점이 있다"며 "산삼을 응용한 제품개발 분야가 무궁무진한 만큼 충북을 빛낼 기업으로 키우고 싶다"고 말했다.

청주=안남영 기자 annyoung@joongang. co. 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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