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유일한 D램社 엘피더 메모리 대만업체서 사장 영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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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삼성전자에 맞서 과거의 영예를 회복하려는 일본의 반도체 업계가 구원투수로 대만 기업의 일본 지사장을 등판시켰다.

내년부터 일본 유일의 D램 메이커로 통합되는 엘피더 메모리의 대주주인 NEC와 히타치는 대만의 반도체 기업 UMC의 일본 지사장 사카모토 유키오(坂本幸雄·55·사진)를 이번주 초 전격 영입했다. 그는 엘피더의 대주주들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전문 경영인이다.

NEC와 히타치가 외부인인 사카모토를 영입한 것은 그가 삼성전자와 대결할 수 있는 일본 반도체 업계의 유일한 경영자라고 평가했기 때문이다. 그는 2000년에 적자였던 UMC 일본 지사의 경영을 맡자마자 매달 매출액·이익 모두 최고 기록을 갱신하면서 1년 만에 흑자로 돌려놓았다.

사카모토 사장이 유일하게 라이벌로 생각하고 있는 업체가 삼성전자다. 그는 "대주주의 눈치를 보며 경영하다가는 삼성전자를 이길 수 없다"며 NEC와 히타치에 투자·인사·조직에 대한 전폭적 재량권을 요구해 관철시켰다.

그는 속전속결식의 스피드 경영을 가장 중시한다. 일본 반도체 업계가 죽을 쑤고 있는 것은 기술력이나 생산성이 떨어져서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회사 조직이 너무 커져 신속한 의사 결정을 못하는 것이 삼성전자에 밀려난 결정적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특히 과거 4년이던 D램의 세대교체 기간이 이제는 1년으로 단축돼 더욱더 신속한 의사결정이 필요한 데도 일본 기업들은 대기업 체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그는 우선 엘피더의 인사제도를 과감하게 뜯어고치기로 했다. 출신회사·나이·학력에 구애받지 않고 실력이 있으면 파격적인 대우를 해주고 그렇지 않으면 과감히 도태시키겠다는 뜻이다.

또 PC용 이외에 디지털 가전이나 휴대전화에 사용되는 절전형 D램의 개발도 서두를 계획이다. 생산도 한 공장에 집중해 원가를 절감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엘피더를 1년 내 흑자로 전환시키고 2004년 상장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니혼체육대 야구부 출신으로 원래 고교 야구감독을 지망했으나 교사 자격시험에 떨어지는 바람에 친척이 일하던 니혼 TI(텍사스 인스트루먼트)에 취직한 것이 반도체와 인연을 맺게 된 계기다.

도쿄=남윤호 특파원

yhnam@joongang. co. 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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