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약자에 호의 베푼 장애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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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나는 주말마다 부모님 집을 찾는다. 몇달 전 크게 다쳐 거동이 불편한 어머니를 돌봐드리기 위해서다. 어머니는 골반뼈를 다쳐 수술을 받았으나 아직 회복이 덜 돼 목발을 짚고 다니신다. 그래서 나는 주말마다 어머니를 모시고 목욕하러 간다.

지난 일요일 동네 목욕탕이 문을 열지 않아 집에서 좀 떨어진 목욕탕을 찾았다. 목욕을 한 뒤 집으로 오려고 버스를 기다렸으나 그날따라 버스가 오지 않았다. 날씨가 무척 추웠기 때문에 어머니와 나는 오들오들 떨면서 버스를 기다렸다. 그때 한 승용차가 우리 앞에 섰다. 그 차량의 운전자는 우리에게 "어디까지 가느냐, 데려다 줄 테니 타라"고 했다.

운전자는 "추우시죠"하면서 히터를 틀어주면서 어머니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나는 차량 안을 살펴보다가 그 운전자도 장애인이라는 것을 알았다. 낯선 사람에게서 받은 뜻밖의 호의에 기분이 무척 좋았다. 나도 어려운 처지에 있는 노약자에게 좀 더 따뜻한 마음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했다.

송필여·대전시 서구 둔산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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