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聯政 깨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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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아리엘 샤론 총리가 이끄는 이스라엘 집권 리쿠드당과 제휴 정당인 노동당이 지난달 30일 결별, 거국연정이 20개월 만에 붕괴됐다.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는 31일 노동당 출신 베냐민 벤 엘리저 국방장관의 후임에 우익 강경파인 샤울 모파즈 전 합참의장을 임명하는 등 극우파 연립정부 구성에 착수했다. 이에 따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유혈사태 해결 전망은 더욱 어두워졌다.

노동당 당수인 벤 엘리저 국방장관은 이날 집권 리쿠드당과 갈등을 빚어온 새해 예산안 확정문제를 놓고 샤론 총리와 막판 절충을 벌였으나 결렬되자 시몬 페레스 외무장관 등 노동당 소속 각료 6명과 함께 사표를 제출하고 연정 탈퇴를 선언했다. 25석을 가진 노동당의 이탈로 샤론 총리의 연정은 과반수 의석(61석)에 못 미치는 55석으로 급감했다.

노동당은 리쿠드당이 이스라엘 정착촌에 배당한 내년도 보조금 1억5천만달러를 사회복지기금으로 돌리라고 강력히 요구했으나 30만 정착촌민을 의식한 리쿠드당은 이를 거부했다.

이것이 연정 붕괴의 표면적 이유지만 진짜 원인은 강경한 팔레스타인 정책으로 일관해 온 리쿠드당에 대한 노동당의 누적된 불만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연정이 붕괴되자 샤론 총리는 발빠르게 극우파 및 종교 성향의 군소 정당들과 연정 구성 협상에 나섰다.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수반의 국외 추방을 주장해온 매파의 대표인물인 모파즈 전 총장을 신임 국방장관에 임명한 것도 우파 연정 구성을 염두에 둔 사전 포석으로 풀이된다. 샤론 총리는 ▶내각을 해산하고 내년 11월로 예정된 총선을 앞당겨 향후 3개월 내 조기 총선을 실시하거나 ▶초강경 성향의 극우·종교정당들과 손잡고 연정을 유지하는 방안 중 후자를 선택한 것이다.

강찬호 기자

stoncold@joongang. co. 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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