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明博 시장의 경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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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이명박 서울시장을 놓고 말들이 많다. 한쪽에선 그의 의욕적인 강북 개발 청사진에 대해 밀어붙이기 행정, 거대한 난개발계획 등의 논란이 커지고 있다. 다른 쪽에는 6·13지방선거 때 법 위반 혐의를 받는 그의 검찰소환 거부가 '법을 무시한 것'이라는 따가운 시선이 쏟아진다. 무엇보다 그가 이번 대선과 관련해 중앙선관위로부터 '엄중 경고'를 받은 것은 지나칠 수 없다. 깨끗한 대선을 위한 핵심 조건 중 하나가 지방자치 단체장들의 불법 선거 개입 차단이고, 특히 서울시장은 그 모델 케이스이기 때문이다.

자치단체장은 선거 중립 의무가 있는 공무원이면서도 거의(88%)가 특정정당 당원이다. 주민과의 접촉 빈도가 많고 활동 공간이 넓다. 따라서 민생은 뒷전인 채 자기당 후보의 당선을 위해 그 영향력을 활용하려는 유혹을 받게 되고, 충성경쟁에 나서기 쉽다. 그 때문에 지난달 28일 선관위에선 단체장들의 언행을 엄격하게 묶어두려는 조치를 취한 바 있다. 그 조치의 내용은 쉽게 말해 대선 관련 행사에 되도록 나가지 말고 '입조심, 몸조심'하라는 것이다. 김석수 총리가 주재한 선거 관련 장관회의에서도 단체장들의 탈선을 엄중히 다루기로 했다.

그러나 이런 조치가 제대로 지켜질지는 의문이다. 법적 제한 규정을 교묘히 피해 어떻게든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 하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소속인 李시장의 문제의 발언이 그 실감나는 사례다. 그는 당의 서울시지부 후원회 행사에서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기 위한 후보는 이회창 후보뿐이라고 말하면 선거법 위반이 된다"고 한 뒤 "이번 대선에선 접때(지방선거)보다 두배 이상 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으로 공무원의 선거 중립 정신을 우습게 만든 것이다. 李시장의 개발공약에 '역(逆)관권 개입'시비가 따르는 것은 그런 행적 탓이다. 모든 단체장은 선관위의 조치를 충실히 따라야 한다. 그것이 공정선거를 위한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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