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과 국방]일본의 방위산업 : 민간이 개발 주도 유사시 軍用 전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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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4면

이달 중순 일본 열도는 역대 9번째 노벨과학상 수상자로 학사 출신을 배출하면서 같은 시간 아시안게임에서 쏟아지는 금메달에 환호하던 한국을 머쓱하게 만들었다.노벨과학상 분야에서 한국은 '노메달' 국가인데 반해 일본은 3년 연속 수상에 이어 올해는 한해 두명이 수상하는 쾌거를 이루며 다시 한번 두터운 과학 기반을 실감하게 했다.

일본은 올해 예산을 2.3% 삭감하는 초긴축 예산을 짜면서도 과학기술진흥비는 지난해보다 5.8% 늘어난 1조1천억엔(약 11조원)으로 편성했다.이처럼 일본이 과학기술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이유는 '과학기술이 국가안보의 대부(代父)'라는 인식이 일본의 지도자들 사이에 널리 퍼져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제2차세계대전 패망국에서 오늘날 경제대국으로 뛰어오른 일본이 막강한 경제력과 세계최고 수준의 과학기술력을 바탕삼아 잠재적인 군사대국으로 분류된다는 데 의견을 같이한다.

한국국방연구원 강한구 연구위원은 "일본의 국방예산은 한해 4백억달러 수준으로 중국과 비슷하나 무기의 첨단수준은 미국과 견줄 정도의 군사대국"이라며 "과학기술의 탄탄한 토대와 군사대국주의에 대한 강한 집착이 세계가 일본을 무시할 수 없는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일본의 방위산업은 민간부문에서 이뤄지고 있다. 기업이 민·군 겸용 제품개발에 주력한 결과 국방예산과 별도로 무기의 첨단화가 쉽게 이뤄졌다는 분석이다. 1984년 이미 일본은 인공지능·세라믹·합성소재·광전자·광섬유·음성인식 등 16개 분야에서 미국의 군사기술을 앞질렀다는 평가를 받고 미국으로부터 기술제휴를 맺자는 '러브콜'이 이어졌다.

미쓰비시 컨소시엄과 미국이 함께 개발한 F-2 지원전투기를 지난해부터 시험 가동해본 결과 같은 플랫폼을 사용한 F-16의 성능을 월등하게 능가하고 있다는 평가가 일본의 기술력을 짐작하게 한다. 또한 도시바·NEC 등에서 개발한 3차원 레이더와 미사일 발사 시스템 등은 자타가 공인하는 '명품'으로 손꼽힌다.

국방 체제도 대군 위주에서 첨단무기 체계를 갖춘 정예 위주로 돌아섰다. 95년부터 육상자위대를 18만명에서 16만명으로 감축해온 일본은 지난해부터 5년간 '중기 방위력 정비계획'에 따라 2조5천억엔(약 25조원)을 국방력 보강에 투자키로 했다.

이지스함을 4척에서 9척으로 늘리고 신형 중거리 지대공 유도탄을 개발하는 등 첨단 군사력을 구축하는 중이다. 지난해 8월에는 위성발사에 성공, 대륙간 탄도탄과 정찰위성의 발사기술을 확보하는 등 발빠르게 움직였다.

심재우 기자 jw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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