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람] "한인·흑인 갈등 더 이상은 없어야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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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오는 17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의 월셔 불바드(대로)에서는 시민 120만명이 참가하는 미국 최대의 퍼레이드가 펼쳐진다.흑인 인권운동가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생일을 기념하는 행사다.5km에 달할 행렬 맨 앞에는 월드컵 스타 홍명보와 재미 방송인 자니 윤이 최고 귀빈으로 참가해 인종화합을 호소하게 된다.네명 뿐인 최고 귀빈 중 두명이 한 나라에서 초청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 퍼레이드의 뒤에는 전동석(57.사진) 세계문화스포츠재단 회장이 있다.

그는 1990년부터 15년간 이 퍼레이드를 주관해왔다.미국인들의 큰 잔치인 킹 목사 탄생 기념 퍼레이드는 킹 목사의 생일로 지정된 1월 셋째 월요일에 미 전역에서 개최된다.그중 가장 규모가 큰 게 85년 시작된 LA 퍼레이드다. LA 퍼레이드는 처음 몇년 간은 매해 참가 인원이 수천명에 불과했다.그러나 흑인사회에 발이 넓은 전 회장은 책임자가 된 지 몇년 만에 참가자가 100만명을 넘고,NBC 등 미 지상파 TV가 생중계하는 대형 행사로 키웠다.그리고 마침내 최고 귀빈으로 한국인 두명을 맞는 기쁨을 맛봤다.

70년대 초 도미,태권도 도장을 운영했던 전 회장은 79년 한국인 유학생이 흑인 강도의 총에 숨진 사건을 접하고 충격에 빠졌다. 그러다가 "이럴수록 흑인들을 품어야 한국 교포들이 살아갈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었다.그는 82년 갈비 70근을 사들고 인근 흑인 동네를 무작정 찾아갔다. 이후 23년간 한.흑 갈등을 풀기 위한 운동에 헌신해온 그는 '흑인에게 미친 사람'이란 호칭까지 얻었다.

전 회장은 "미국 흑인들은 한국에 큰 영향을 미치는 국무장관직을 연속해 차지한 것은 물론 15년 전부터 육해공 전군에서 4성 장군을 배출하고 있을 만큼 큰 힘을 갖고 있다"며 "한국 교포들은 92년 LA 폭동을 당한 뒤 흑인들과 많이 가까워졌지만 아직도 그들을 마음으로부터 받아들이진 못하고 있다"고 안타까워 했다.

그는 "오는 8월엔 아널드 슈워제네거 캘리포니아 주지사를 대회장으로 모시고 60개국에서 3000명의 선수가 참가하는 '국제 태권도 한마당'을 열 계획"이라며"태권도를 통해 다민족이 하나 되는 장을 만들 생각에 가슴이 벅차다"고 말했다.

워싱턴=강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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