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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억대 주택 거래 실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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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시가 6억원을 전후한 주택의 인기가 시들해지고 있다. 이 금액대의 매물은 넘쳐나는 데도 거래는 안 되고, 신규 주택 분양도 저조하다.

정부가 지난 11일 시가 6억원 이상 주택은 평형에 관계없이 실거래가로 양도세를 매기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물론 정치권의 이견으로 이 안을 담은 소득세법이 당초 정부 방침대로 개정될 지는 미지수지만 수요자들이 이 금액대 주택매입을 꺼리고 있다는 게 현장의 분위기다.

반면 7억원대 이상 주택은 이번 정책에 별로 동요하지 않는 '무풍지대'로 떠올랐다.

전용면적이 45평형을 넘어 당초부터 고급주택으로 분류된 곳이 많은 편이고, 이 정도 금액이면 양도세 등 세금에 별로 민감하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중앙일보조인스랜드와 부동산시세연구소 조사에서도 서울시내 6억원을 전후한 아파트값이 약세를 보이고 있다.

이 안이 발표된 지난 11일부터 25일까지 2주간 5억5천만∼7억원대 아파트는 0.17∼0.45% 내린 반면, 7억원 이상은 되레 0.12% 올라 큰 동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프 참조>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3단지 16평형은 10·11 조치 이전에 6억원을 호가하던 것이 현재 5억4천만∼5억5천만원 선으로 떨어졌고, 매물도 많다.

반포동 한빛공인중개사무소 김호준 사장은 "반포지구 기본계획 확정이 임박해 굳이 팔 이유가 없는 데도 물건을 내놓고 있다"며 "연말에 소득세법이 바뀌어 실거래가로 양도세를 많이 내느니 차라리 지금 값을 낮춰 파는 게 낫다는 생각이 강하다"고 말했다.

서초구 방배동 중개사무소 양현모 사장도 "법 개정 전에 팔겠다는 6억원 안팎의 매물이 나오고 있지만 추가 하락을 기대한 매수자들이 관망하고 있어 거래가 전혀 안된다"며 "이번 조치에 대해 매도자보다 매수자들이 더 민감한 것 같다"고 말했다.

신규 분양 시장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 롯데캐슬골드 주상복합아파트 분양 대행을 맡은 세중코리아 김학권 사장은 "상담과정에서 아예 10억원이 넘는 고가 아파트 희망자는 가격이나 세금문제에 초연한 반면 분양가가 6억원 안팎인 평형의 수요자들은 고가주택 양도세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망설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서울 한남동·이태원동 일대 외국인 임대사업용 빌라도 분양이 전혀 안된다. 6억원대가 많은 데다 공급과잉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S컨설팅 관계자는 "정부의 양도세 강화 이후 간간이 이어지던 문의전화마저 뚝 끊겼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소득세법이 현재 계획대로 개정·시행된다면 서울 강남권 중소 평형의 6억원대 아파트나 빌라의 기피현상이 더욱 두드러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어차피 높은 세금을 낼 바에야 큰 평형이 낫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신규 분양을 준비 중인 주택업체들은 분양가를 최대한 6억원 미만으로 잡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서미숙 기자

seomi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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