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꿈나무] 청춘, 덴데케데케데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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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청춘, 덴데케데케데케
아시하라 스나오 지음, 이규원 옮김
청어람미디어, 268쪽, 9000원

일본판 '얄개전'이다. 요즘식으로 말하면 퓨전이라 할까. 고교 1학년 15세 소년이 록음악 밴드를 하며 겪는 우여곡절이 줄거리이니 일단 청소년용 성장소설이라 하겠다. 그렇지만 무대는 1965년, 로버타 풀랙이며 밥 딜런의 노랫말 중 일부를 13개 에피소드의 소제목으로 삼았으니 요즘 십대들보다는 386세대의 향수를 자극하는 작품도 된다.

바이올린을 배우던 후지하라 다케요시는 어느날 '일렉'(전기)신의 계시를 받고 록음악을 하기로 결심한다. 그 계시란 것이 벤처스 악단의 '파이프라인'전주이며, 그 멜로디 '덴데케데케데케'(일본식 의성어)가 소설의 제목이 됐다.

음악을 한다고 머리를 기르던 후지하라는 선생님께 "비렁뱅이 아들이냐"는 비아냥을 듣는 등 시련을 겪는다. 그러면서 천재 기타리스트 시라이, 잡기의 대가 고오다, 착한 오카시타를 만나 그룹 '로킹 호스맨'을 결성한다. 그 후 이야기는 상상하는 그대로이다. 아르바이트를 해 악기를 사고, 캠프도 가고 학교 정식 동아리로 등록한다. 데뷔 무대, 고교 3년의 대미를 장식하는 문화제 콘서트를 마친 뒤 대학 진학을 위해 밴드 활동을 접기까지 이야기이다. 친구들은 생선장수, 신용금고 직원이 되기 위해 혹은 대학 진학을 위한 준비에 들어가고….

소설은 뭉클한 우정, 아련한 첫사랑 등 10대들의 통과의례를 발랄하고 속도감 있게 그렸다. 웃음과 코 끝 찡한 감동이 적절히 섞인 것이 통속소설 같기도 하지만 나름대로 문학성도 갖춰 나오키(直木) 문학상을 받았다. 사족 하나. 자전적 작품인 이 소설의 출간을 계기로 작가는 그룹을 재결성, 지금도 연례공연을 한단다.

김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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