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리모델링>"3년내 내집 마련" 분명한 목표 먼저 세워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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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9면

같은 회사에서 부인과 맞벌이를 하고 있는 회사원 李모(32)씨는 딸(2) 하나를 두고 있다. 아직 30대 초반이지만 李씨는 일찌감치 자녀를 더이상 낳지않고 부인과 맞벌이를 계속 하면서 하루빨리 재정적인 기반을 잡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현재 경기도 평택의 전세 아파트에 살고 있는데 딸아이 교육을 고려해 수원 쪽에 집을 사고자 하며, 주식형 펀드에 넣어놓은 돈을 빼서 부동산 투자를 시도해보고 싶다는 희망을 피력했다.

#당분간 목돈 만드는 데 주력해라

李씨 가정의 경우 자녀교육비, 노후대비 등 다른 목표를 세우기 전에 '내 집' 마련을 최우선 목표로 삼는 게 현실적이다.

단 현재 상황에서는 아파트 청약에 당첨되더라도 분양대금을 내는 데 어려움이 예상되므로 주택구입 시기를 3∼4년 후로 연기하는 것이 좋겠다. 李씨가 집을 사고자하는 지역인 경기도 수원이나 화성의 30평대 아파트 값은 2억원대이다. 집을 마련할 때 적어도 주택구입자금의 70% 정도는 자기 돈으로 대고, 나머지 30%의 부족자금만 대출받는 것이 바람직하기 때문에 당분간 목돈을 만드는 데 주력해보자.

집값의 70%에 해당하는 1억3천만원 중 현재의 전세금 3천만원을 뺀 1억원 정도를 3년 내에 모으려면 면밀한 계획이 필요하다. 하지만 李씨는 현재 비과세저축을 다달이 1백만원씩 넣는 것 이외에는 별다른 적립식 상품에 가입하지 않고 있다. 매월 생활비로 쓰고 남는 80만원은 입출금이 자유로운 대신 이자가 적은 보통예금에 그냥 넣어둬 비효율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상태다.

그럼 구체적인 '1억원 만들기' 계획을 세워보자. 우선 월 1백만원씩 넣는 비과세저축을 2003년 12월 만기까지 계속 유지하도록 한다. 만기 때 찾는 금액을 지금부터 3년 후인 2005년 12월까지 정기예금(세금우대)에 넣어두기만 해도 약 3천만원의 자금이 마련된다.

다음으로 보통예금에 넣어두는 80만원과 매달 생활비에서 20만원씩을 절약해 마련한 1백만원을 부부가 50만원씩 근로자우대저축에 추가로 가입하자. 근로자우대저축은 최초 가입일로부터 3년 이상 예치할 경우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어 목돈 마련에 매우 효율적인 상품이다. 부부가 근로자우대저축에 3년간 연 6.5%의 이자율로 매달 50만원씩 넣을 경우 만기 때 3천9백60만7천5백원을 찾을 수 있다.

李씨는 주식형 펀드에 넣어둔 1천5백만원을 찾아 택지나 상가 등 부동산에 투자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으나 현재 주식시장이 나쁘기 때문에 환매하면 손해를 보기 십상이다. 따라서 일정한 목표 수익률을 정한 뒤 이 수익률에 도달하는 시점에 환매하기를 권한다. 집을 사는 시점인 2005년까지로 여유있게 투자기간을 설정하고 2천만원 수준에 도달하면 환매하겠다는 목표수익률을 설정할 경우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

보통예금에 넣어둔 4백만원과 친구에게 빌려준 돈 4백만원은 전세자금이 오르거나 급전이 필요할 경우에 대비해 3년간 머니마켓펀드(MMF)로 운용하면 좋다. MMF는 하루만 맡겨도 되는 신종MMF(연수익률 4.2∼4.3%)와 한달 이상 예치해야 하는 클린MMF(연 4.4∼4.6%)가 있는데 클린MMF 쪽을 더 권하고 싶다. 클린MMF의 경우 한달 후에는 언제든지 출금이 가능한 데다 소액을 맡길 경우 1년제 정기예금의 수익률과 별 차이가 없을 만큼 수익률도 괜찮은 편이다.

이렇게 모은 돈 1억원에 현재의 전세자금 3천만을 더한다면 1억3천만원의 자금이 마련된다. 현재 집 값 기준으론 7천만원만 대출받으면 되지만 집 값이 오를 경우 최대 1억원까지 대출을 받아 李씨가 원하는 아파트를 살 수 있다.

담보대출 비율이 더 내려갈 경우 일부는 신용대출을 받아야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지만 현재로선 1억원의 대출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대출이자를 연 7%로 가정하면 월 58만원의 이자를 부담하고 매달 1백만원씩 원금을 상환한다면 앞으로 8년 내 원리금을 갚을 수 있을 전망이다.

#보장범위 넓은 보험으로 갈아타라

李씨네의 보험테크엔 약간의 문제가 보인다. 현재 李씨는 성인병에 대한 치료비를 보장하는 건강보험과 교통사고를 중점적으로 보장하는 상해보험에 가입해 월 10만원의 적지 않은 보험료를 내고 있다. 그런데 상해보험은 발생 확률이 낮은 일부 교통사고에 대해 높은 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 상품일 뿐 질병·기타 사고에 의한 사망 등에 대해선 보장기능이 충분치 않다. 게다가 가입기간 중 보험금 일부를 되돌려받는 형식이라 상대적으로 다달이 내야하는 보험료 규모가 큰 게 단점이다.

따라서 상해보험은 해지하고 유사시 충분한 보장을 받을 수 있는 종신보험이나 정기보험으로 전환할 것을 권한다. 종신보험과 정기보험은 교통사고에 대한 사망뿐 아니라 모든 종류의 사망에 대해 보장하므로 어떤 상황에서도 가족의 최저생계를 유지할 수 있다.

예컨대 李씨가 종신보험에 가입해 평생 동안 재해로 인한 사망에 대해 2억원, 질병으로 인한 사망에 대해 1억원의 보장을 받으려면 20년간 월 15만원 가량의 보험료를 내야 한다. 15만원이 너무 부담스럽다면 동일한 보장을 60세까지만 받도록 정기보험을 들어 20년간 월 6만5천원 정도만 내면 된다.

따라서 현재의 보험료 수준을 유지하고 싶다면 기존의 건강보험은 계속 들되 상해보험은 해지해 상대적으로 보험료가 저렴한 정기보험에 가입할 것을 권한다. 참고로 최근 직원의 복리후생을 위해 정기보험에 가입해주는 회사가 늘고 있으므로 회사측에서 혜택을 받을 수 있는지를 먼저 확인해보자.

李씨 부인의 경우 현재 보장내용이 미약한 상해보험에만 가입돼 있다. 직장생활과 살림을 병행하느라 남편보다 건강을 해칠 가능성이 훨씬 큰 부인을 위해 각종 성인병에 대비할 수 있는 건강보험에 가입할 것을 권한다. 예컨대 암과 부인과 질환에 대한 보장이 포함된 A사의 건강보험이라면 월 2만5천원의 보험료만 내면 된다.

#결론

李씨 가정의 경우 '내 집' 마련을 최우선 목표로 세우고 목돈을 모으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다. 목돈과 대출을 활용해 집을 마련한 뒤엔 대출금을 갚아나가는 데 전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자녀교육비, 노후대책 등의 문제는 그 이후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李씨가 자문단과의 상담과정에서 상가·토지 등 부동산에 대한 투자의사를 밝혔지만 현재의 재무상태로선 관심을 가질 때가 아니라는 것이 자문단의 결론이다. 또 증시사정이 별로 좋지 않은 시점에 주식형 펀드를 환매하겠다는 의견을 피력한 것으로 보아 짐작컨대 李씨는 아직 재테크에 대한 정확한 지식이나 감각이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자문단의 권고대로 李씨는 우선 3년간은 내 집 마련을 위한 1억원 모으기에만 전념하고, 유사시 위험보장을 위한 보험 가입 상황을 개선한다면 바람직한 재테크를 한다고 볼 수 있겠다. 재테크란 현재 자신의 재무상태에서 실현 가능한 재무목표를 달성해가는 과정이므로 어느날 갑자기 큰 돈을 버는 데 목적을 두어선 곤란하다.

정리=신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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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자문위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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