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에게 듣는 임신·육아 이야기 ③ 원조 ‘꽃미남’ 전 농구대표 우지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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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미남’ 스포츠 스타의 원조 격인 전 국가대표 농구선수 우지원(37)씨가 경원대와 서울시·중앙일보가 함께 펼치는 ‘세살마을’ 운동에 동참했다. 우씨는 농구선수로 한창 주가를 올리던 2002년 8월 서울대 작곡과 출신의 이교영(31)씨와 결혼했다. 이듬해 큰딸 서윤이를, 2008년엔 둘째 딸 나윤이를 얻었다. 지난 5월 27년간의 선수생활을 마감한 우씨는 유소년 농구 지도자로 제2의 인생을 준비 중이다. 그에게서 선수 시절 1년에 절반 이상 아이들과 떨어져 지내면서도 끈끈한 부녀애를 유지해온 비결을 들어봤다.

<관계기사 s3면 ‘아이의 리더십, 아빠가 키운다’>

지난달 30일 오후 경기도 분당의 우지원씨 집 거실에선 한바탕 비행기 놀이가 벌어졌다. 우씨는 소파에 누운 채 둘째 나윤이를 번쩍 들어올려 비행기를 태워주며 사이사이 간지럼도 태웠다. 서윤이는 그런 아빠의 목을 간질렀다. “까르르~깔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거실에 울려 퍼졌다. 우씨는 틈만 나면 이렇게 아이들과 놀며 스킨십을 한다. 특히 은퇴 뒤 두 달가량은 직접 요리도 해주며 아이들에게 그동안 못다한 사랑을 듬뿍 쏟아줬다.

‘꽃미남’ 농구스타였던 우지원(37)씨가 지난달 30일 경기도 분당의 자택 거실에서 두 딸 서윤(7)·나윤(2)이와 비행기 놀이를 하고 있다. 선수 시절 1년에 절반 이상 합숙해야 했던 우씨는 하루에도 몇 번씩 아이들과 전화통화를 하며 아빠의 존재감을 심어줬다고 한다. [안성식 기자]

우씨는 스포츠계에선 ‘가정적인 남편, 자상한 아빠’로 유명하다. 하지만 스스로에 대한 평가는 인색했다. “아무리 잘하려 해도 늘 부족한 남편, 부족한 아빠였던 것 같아요.” 우씨는 특히 첫아이를 갖고 심한 입덧으로 고생하던 아내가 밤늦게 “떡볶이가 먹고 싶다”고 한 말을 흘려 듣고 잠들어 버린 일을 아직도 맘에 걸려 한다.

우씨는 첫아이가 태어나는 장면을 꼭 보고 싶었다고 한다. 서윤이의 출산 예정일은 9월이었다. 당시 프로농구 울산 모비스 소속이었던 그는 예정대로라면 출산 때 합숙훈련소에 있어야만 했다. 그래서 예정일 두 달 전부터 아내의 배를 틈날 때마다 문지르며 신신당부했다. “천사야, 빨리 나오렴. 그래야 네가 태어나는 걸 지켜볼 수 있단다.” 그 덕분일까. 예정일보다 2주 빠른 8월 말 서현이가 태어났다. 첫아이의 탄생은 우씨에게 많은 변화를 줬다. “모든 판단의 기준이 ‘나’가 아닌 ‘우리 가족’이 됐다”고 했다. 자기관리도 더 철저해져 시즌 중에는 술을 입에 대지도 않았다.

하지만 정작 아이와 함께 있어줄 시간이 태부족이었다. 프로농구 선수들은 9월께 합숙훈련에 들어가 이듬해 봄 시즌이 끝날 때까지 대부분 숙소생활을 한다. 그래서 시즌을 마치고 집에 가면 아이가 “엄마, 저 아저씨 누구야”라고 묻는다는 웃지 못할 우스갯소리도 있다. 우씨도 그게 걱정이었다. 고민 끝에 찾아낸 묘수가 ‘전화’였다. 그는 서윤이가 말을 알아듣기 전부터 전화로 동요를 불러주며 사랑을 표현했다. 영상통화로 얼굴도 보여줬다. 많을 땐 하루에 20여 차례나 통화를 했다.

아이가 말을 배우면서는 통화 횟수가 더 잦아졌다. 우씨는 “사소한 일상까지 얘기를 나누다 보면 아이가 아빠는 늘 가까이 있다는 느낌을 갖는 것 같더라”며 “매달 나오는 통화료 수십만원을 ‘사랑 관리비’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요즘은 한창 말을 배우고 있는 둘째 나윤이와도 통화를 제법 오래한다.

어린이를 좋아하는 우씨는 조만간 유소년 농구교실을 열 계획이다. 우씨 부부는 농구교실이 본 궤도에 오르면 셋째 아이도 가질 생각이다. 아내 교영씨는 “아빠를 꼭 닮은 아들이면 좋겠다”고 귀띔했다.

글=박태희 기자  설승은(이화여대 국문 4) 인턴기자
사진=안성식 기자

◆세살마을=아기 울음소리 나는 사회, 사회가 아이를 함께 돌보는 육아공동체, 창의적 리더로 키우는 조기 교육을 목표로 벌이는 범국민운동. 탄생축하사업단과 영·유아 뇌 연구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전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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