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격선수권 금 ‘총잡이 홍성환 신고합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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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국내 사격계에 진종오(31·KT)의 뒤를 이을 또 한 명의 권총 강자가 등장했다.

홍성환(27·서산시청·사진)이 올림픽과 쌍벽을 이루는 권위의 세계사격선수권대회 권총 부문에서 정상에 올랐다. 홍성환은 7일(한국시간) 독일 뮌헨에서 열린 대회 남자부 25m 스탠더드 권총 개인전에서 577점을 기록, 중국의 진용더(574점)를 3점차로 누르고 금메달을 획득했다. 홍성환은 단체전에서는 황윤삼(33)·장대규(34·이상 서산시청)와 팀을 이뤄 1696점을 합작해 1위 중국(1704점), 2위 독일(1703점)에 이어 동메달을 획득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50m 권총 금메달리스트 진종오와 함께 권총 종목을 이끌 재목의 탄생에 국내 사격계는 잔뜩 고무돼 있다.

홍성환은 진흙 속에 가려졌던 진주였다. 그는 서울 양평중 1학년 때 사격을 시작했다. 당시까지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많이 배출됐던 소총 대신 그는 권총을 잡았다. 단순히 “권총이 멋있어 보여 시작했다”고 말했다. 환일고에 입학해서는 대성할 소질을 보이며 고교 무대를 평정했다.

2000년 문화관광부장관기 전국학생사격대회에서는 7관왕을, 2002년에도 회장기 전국중고사격대회에서 6관왕에 올랐다. 사실상 권총 전 종목을 석권한 셈이다. 주니어 부문에서는 대적할 상대가 없었다.

홍성환이 고교를 졸업하자 그의 기량을 눈여겨본 KT에서 2002년 영입했다. KT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진종오를 비롯해 국내 사격 1인자들이 즐비한 팀이다. 그의 주종목인 25m 권총에는 대선배 박병택(44)이 버티고 있었다. 홍성환은 2004년부터 각종 성인대회에서 입상했지만 선배들의 그늘에 가려 좀처럼 이름을 알릴 기회를 잡지 못했다. 이적을 고민하던 그에게 환일고 선배인 박신영 서산시청 감독이 손을 내밀었다.

“최고의 선수로 키워주겠다”는 제안에 올해 1월 주저 없이 서산시청으로 팀을 옮겼다. 박 감독의 치밀한 지도에다 심리적인 안정감을 찾으면서 홍성환의 기록도 일취월장했고 이번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으로 열매를 맺었다.

3개월 앞으로 다가온 아시안게임 메달 가능성은 충분하다.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25m 권총 전 종목(속사 권총·스탠더드 권총·센터파이어 권총) 가운데 스탠더드와 센터파이어 개인 및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바라보고 있다. 25m 종목은 공기소총·공기권총(10m)과 달리 실탄을 장착해 반동이 심한 데다 짧은 시간 연사해 정확도가 떨어지는 종목이다. 홍성환의 등장으로 한국의 메달밭은 더욱 늘어나게 됐다.

하지만 스탠더드 권총은 아직 올림픽 종목이 아니다. 그래서 홍성환은 올해 아시안게임이 끝난 직후 속사권총으로 종목을 옮겨 2012년 런던올림픽 금메달에 도전하기로 했다. 박신영 감독은 홍성환에 대해 “대담한 성격이 권총 종목에 딱 맞다. 힘 조절 능력도 뛰어나 속사권총에 전념하면 2년 후 올림픽 메달권 진입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오명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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