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숙객 잡는 일등공신 ‘놀아주는 호텔리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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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지난달 21일 오전 9시. 제주 색달동 제주신라호텔 주변에서는 13명이 ‘올레길’을 걷고 있었다. 인솔자는 이 호텔 오권석(44) 영업담당 과장. 그는 올레길을 걷는 동안 길 곳곳에서 찾을 수 있는 제주의 나무와 풀·역사를 소개했다. 아들과 함께 온 한미경(50·주부)씨는 “(그냥 걷는 게 아니라) 전문가로부터 설명을 들으면서 걸을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오 과장은 제주신라의 ‘GAO(Guest Activity Organizer)’다. 투숙객의 여가 활동을 돕는 게 일이다.

지난달 27일 오후 제주 올레길 10코스 산방산 인근에서 오권석(사진 왼쪽) 제주신라호텔 과장이 투숙객인 백재용(39)씨 가족에게 제주의 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제주신라호텔 제공]

GAO가 호텔 매출을 올리는 효자 상품으로 떠오르고 있다. 제주신라는 2007년 11월 업계 최초로 GAO를 도입했다. 이전까지 약 75%에 그쳤던 이 호텔의 연 평균 투숙률이 지난 1년간 90%까지 오른 데는 GAO 프로그램이 큰 기여를 했다. 가이드를 동반한 단체 관광객이 아닌 개인 투숙객 예약자 비율은 3~4년만 해도 약 30%에 불과했다. 그러나 최근엔 60%까지 증가했다. 주요 프로그램은 해녀·선상낚시·승마체험, 올레길 탐방 등의 레저 스포츠. 5000~5만원을 내면 3~4시간 동안 GAO가 동행하면서 체험을 돕는다. 요리·마술 교실과 ‘짐보리 키즈 클럽’ 등 어린이 전용 프로그램도 있다. 이 프로그램의 인기 비결은 GAO들의 전문성에 있다. GAO는 지질학·식물학 박사에게 월 1회 이상 제주도의 역사·생태 등을 교육받고 올레 아카데미도 수강한다. 짐보리 클럽 담당 GAO는 짐보리 본사에서 직접 교육을 받는다. 대부분 프로그램의 참가 인원이 10명 이내인 것도 특징이다.

GAO는 제주도 내 다른 호텔들로 확산되고 있다. 롯데호텔제주는 ‘ACE(Active&Creative Entertainer)’, 제주해비치는 ‘해비치 익스플로러’란 이름의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제주신라도 차별화를 위해서 나섰다. 최태영 제주신라호텔 총지배인은 “내년에는 ‘요트 체험’ ‘제주 옹기 만들기’ 등 제주도에서만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신설하고 현재 15명인 GAO 숫자를 20명까지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김기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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