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核 조기 특별사찰… 금강산관광 재검토" 鄭, 연일 대북 강성발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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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정몽준 의원의 잇따른 대북 강성발언이 정치권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鄭의원은 대북 문제만큼은 어느 대선후보 못지 않게 진보적인 입장을 취해 왔다. 경제교류의 지속적인 확대, 햇볕정책에 대한 적극적인 지지 등을 일관되게 표명해 왔다.

게다가 대북사업의 물꼬를 튼 고(故) 정주영(鄭周永)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아들인 데다 금강산 관광 등 대북사업을 주도하는 정몽헌(鄭夢憲) 현대아산 회장의 동생이기도 하다.

그런 鄭의원이 지난 21일을 기점으로 1백80도 선회했다. 이날 충북 청주에서 그는 "내복 등 최소한의 인도적 지원을 제외하곤 현 정부의 모든 대북정책을 재검토해야 한다"며 "현금 지원은 물론 금강산 관광도 재검토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鄭의원은 22일 전북 전주에서도 "인도적 지원을 제외한 모든 경제협력·교류는 당분간 중단해야 한다"고 발언수위를 높이더니 23일 한국발전연구원 초청 조찬특강에서는 한발 더 나아가 ▶북핵 특별사찰 조기 실시▶북핵 검증 전 각종 지원과 경제교류 중단▶사태해결 때까지 경수로 건설 및 중유지원 중단 등을 제시했다. 너무나 급격한 입장 변경에 민주당이 "鄭의원은 더이상 평화세력이 아니다"라고 비난 논평을 냈을 정도다.

왜 이렇게 됐을까. '국민통합 21'의 한 관계자는 "최근 鄭의원의 지지율 정체와 무관하지 않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현대상선을 통한 4억달러 북한 지원 논란 때문에 한바탕 곤욕을 치른 데 이어 북핵 파문이 터지면서 여론이 급격히 강경 기조로 흐를 조짐이 보이자 여기서 서둘러 선을 긋지 않으면 지지도에 악영향을 미칠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현대와의 분명한 단절 의지를 보이지 않으면 대선 기간 내내 북한 문제에 발목이 잡히게 될 것"이라고도 했다. 내부에선 鄭의원이 형제 중 가장 친한 정몽헌 회장과의 절연까지 불사해야 한다는 강경입장도 제기됐다고 한다. 하지만 당장 역풍도 몰아치고 있다. 22일엔 鄭의원이 가장 존경한다는 민주당 김근태 고문이 "일관성이 결여된 부적절한 발언"이라며 비난하고 나섰다.

지지도에 도움이 될지도 의문이다. 鄭의원의 주된 지지층인 20∼30대의 진보적이고 개혁성향인 젊은층으로부터 비난받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鄭의원의 대북 줄타기가 지지도 상승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되레 역효과만 낼지 주목된다.

박신홍 기자

jbje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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