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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韓 화해하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민주당 내분사태 와중에 정면충돌 직전까지 갔던 노무현 후보와 한화갑(韓和甲) 대표 사이에 다시 해빙 무드가 싹트고 있다.

두 사람은 청와대의 정몽준 의원 지원설로 격돌했었다. 盧후보가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을 가까이서 모시던 분들이 나를 흔들고 있다"고 韓대표를 공격했고, 이에 반발한 韓대표는 지역구 행사를 이유로 당무를 거부한 채 전남 무안으로 내려가는 등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런 두 사람이 23일 오전 얼굴을 맞대고 앉았다. 지난달 말 조찬회동 이후 한달여 만이다. 북핵(北核)회담을 위해 盧후보가 청와대로 떠나기 전 韓대표가 당사 8층의 후보실로 올라가 40여분간 얘기를 나눴다.

두 사람은 이날 분당 위기 등 당내 문제를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다만 "둘이 힘을 합쳐 분란을 수습해나가자"는 원론적 수준의 얘기가 오갔다고 측근들은 전했다.

두 사람의 회동엔 당 안팎의 시선이 쏠렸다. 임채정(林采正)정책본부장은 "정통성을 가진 두 기둥이 회동함으로써 정권재창출론과 정치개혁론이라는 두 흐름이 하나로 합쳐졌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해석했다.

韓대표도 "후보와 당이 합심해 대선 승리를 위해 총력을 기울일 때다. 분란으로 비쳐질 수 있는 어떤 행동도 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또 그는 "날씨가 추워지면 사람이 활동적이 돼 일을 많이 하게 될 것"이라며 의욕을 보였다.

하지만 두 사람의 신뢰회복으로 이어질지는 두고볼 일이다. 盧후보쪽에선 여전히 "韓대표의 盧후보 지지 선언은 한시적 제스처"라는 의구심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韓대표 주변에서도 "11월 초까지 盧후보를 도와주다 안되면 정권재창출을 위해 극약처방을 쓰지 않을 수 없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그래서 관건은 盧후보의 지지도 반등 여부에 달렸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정민 기자 jmlee@joongang. co. 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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