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설 15주년 맞아 국제적 연구소로 거듭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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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홍성태 한국전략문제연구소장

"몇번이고 연구소 간판을 내리고 싶었지만 후배들의 희망을 저버릴 수 없었습니다."

준장으로 예편한 뒤 안보·군사 관련 민간연구소를 세워 운영해 온 홍성태(洪晟太·65) 한국전략문제연구소장.

洪소장은 연구소 창설 15주년을 맞아 23일 오후 2시 서울 캐피탈호텔에서 '한·미 동맹 반세기를 넘어서'라는 주제로 국제 심포지엄을 연다.

전략문제연구소는 그동안 연간 20회의 세미나와 매달 1회의 정책토론회를 열었고 계간지 '전략 연구'를 발간하는 한편 수시로 정책토론 결과 보고서를 냈다.

洪소장은 제1기갑 여단장을 거쳐 육군대학 교수부장을 끝으로 예편한 뒤 군사문제를 더 연구하고 싶어 연구소를 세웠다고 한다. 그러나 그가 1987년 연구소를 세울 당시엔 매년 5천만∼6천만원씩 들어가는 운영비를 충당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군 동기생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이 십시일반(十匙一飯)으로 낸 성금이 연구소 수입의 전부였다.

서너달 전부터 계획해온 세미나를 열기 전날까지 주제 발표자들에게 줄 돈을 마련하지 못해 애태웠던 경우도 많았다고 한다. 洪소장은 그럴 때면 육군본부가 있는 계룡대로 달려가 군 동기생들을 붙잡고 술을 마시기도 했다. 이종구(李鍾九)전 육참총장 등 동기생들은 洪소장의 뜻에 공감해 많은 도움을 주었다.

洪소장은 군사 전략과 전사(戰史)에 관심이 많았다. 육사 생도 시절에는 일본어와 독일어로 된 클라우제비츠의 '전략론'을 수십번 읽었다. 전사 공부를 더 하기 위해 서울대 사학과에서 학사·석사 과정도 마쳤다.

그는 71년부터 2년간 독일 참모대학에서 위탁교육을 받을 때 독일과 프랑스의 접경 지역을 다니면서 워털루 전투 현장과 제2차 세계대전 전적지 등을 샅샅이 훑었다. 실제 지형을 살펴봐야 전사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는 지론을 실천한 것이다. 그의 이런 태도는 후배 장교들에게도 높은 평가를 받아 지금도 그를 따르는 사람이 많다.

洪소장은 "국제적인 연구소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어려운 살림살이 속에서도 상당한 기금을 모았다"며 "국가의 총합적인 안보전략을 만드는 데 기여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민석 군사전문기자

kim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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