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평에도 화장실 2개는 기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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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4면

◇좁은 공간 더 넓게=요즘 아파트가 종전과 다른 점은 바로 수납기능의 확충이다. 대우건설 김승배 사업2팀장은 "아파트를 어떻게 쪼개느냐(구성하느냐)에 따라 가치가 확 달라진다"며 "자투리 공간을 어떻게 쓰느냐가 공간혁명의 포인트"라고 말했다. 모든 업체들이 20평형대에 화장실을 2개 설치해 30평형처럼 쓰도록 설계하며 수납공간을 크게 확충하고 있다.

대림산업은 현관·안방·주방·발코니에 붙박이 수납공간을 최대한 늘렸고 싱크대에는 앉아서 설거지할 수 있도록 무릎공간을 넣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20평형대 아파트의 공간혁명을 꾀한다며 화장실에 욕실매립형 수납공간을 만든다. 현대산업개발은 '장롱이 필요없는 아파트'를 만들기 위해 30평형대 이하에 수납공간을 확충하는 설계를 내놨다. 명진그린건설은 26평형에 방 4개와 화장실 2개를 배치한 아파트를 지난 6월 분양했다.

◇선택형 시대=가족 구성원이나 살림 형편에 맞춰 공간도 달리 구성해야 한다. 대우건설은 장롱 크기에 따라 남는 공간에 화장대를 설치하느냐, 드레스룸을 만드느냐를 소비자가 고르도록 했다.

삼성물산은 20평형대에도 안방 욕실과 드레스룸 중 하나를 선택하는 맞춤형을 제시했다. 분양가가 자율화된 이후 대부분의 업체들이 맞춤형과 선택형 설계를 쏟아내고 있다. 현대산업개발 상품개발팀 임종성 부장은 "소비자들의 취향이 저마다 다르기 때문에 선택형 상품을 다양하게 내놓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평면이 끝내줘요=신평면 개발은 더 치열하다. 현대산업개발이 서울 창동 아이파크에 적용한 3면 개방형은 분양 당시 많은 인기를 모았다. 앞뒤로만 발코니가 있는 기존 아파트와 달리 측면에도 발코니를 만들어 개방감·조망권을 확보했다.

20평형대의 3베이(전면에 방+거실+방을 배치하는 형태)설계가 보편화됐고 주방을 거실 옆 남향으로 앉히는 평면도 나왔다. 건축법이 바뀌어 발코니를 폭 2.4m로 설치할 수 있게 되자 업체들은 확장형 아파트를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동문건설이 최근 고양시 탄현동에서 선보인 폭 2.3m짜리 발코니는 거실보다 더 넓어 보인다.

◇아파트를 호텔·공원처럼=동일토건은 경기도 용인시 구성읍 동일하이빌 아파트 단지를 '차 없는 아파트'로 만들었다. 지상에서 주차공간을 없앤 것이다. 용인시 수지읍 신봉리 신LG아파트와 수원 우만동 월드아파트도 주차장을 지하로 내리고 지상은 테마공원으로 꾸미고 있다.

월드건설은 다음달 경기도 용인에 내놓을 월드메르디앙 아파트에 에스컬레이터 시설을 갖춘다. 또 동일토건이 상반기 충남 천안 불당지구에서 분양한 아파트에'게스트하우스'라는 공간을 꾸민 것을 비롯, 많은 업체들이 아파트 1층을 호텔식 로비시설로 만들고 있다.

황성근 기자 hsgun@joongang.co.kr

주거공간을 효율적으로 이용하려는 인간의 욕구는 본능에 가깝다. 주택업체들은 이같은 소비자들의 욕구에 맞추기 위해 새 평면을 개발하면서 실내·공용·조경공간에 획기적인 변화를 주고 있다. 한정된 공간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쓸 수 있는지 알아본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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